마스크 쓴 관객들...세계 영화인 영상 인사...“영화는 언제나 컨택트”

런던아시아영화제 공식포스터
런던아시아영화제 공식포스터

코로나 위기 속 열린 런던아시아영화제(집행위원장 전혜정)가 4일 동안 동아시아 영화 10편을 영국과 유럽의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13일 셀프리지 극장에서 '야생 참새'(감독 시추 리) 상영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폐막에 앞서 12일 오데온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사브리나 바라세티(우디네 극동영화제 집행위원장), 파울로 베르톨린(칸, 베니스 영화제 프로그래머), 키키펑(홍콩영화제 프로그램 자문위원), 김영덕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등의 심사위원은 '괴짜들의 로맨스'(감독 랴오밍이)를 이번 영화제 최고작품상으로 선정했다.

랴오밍이 감독은 영상으로 보낸 수상소감에서 “팬데믹에도 오프라인 영화제라는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영화인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런던아시아영화제 최고 작품상은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대만에서 온 경쟁섹션 출품작 7편 중에서 선정된 것이다.

영국은 코로나로 다시 봉쇄조치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 트로피는 감독에게 항공편으로 보내진다. 한편 이번 영화제 최대 화제작은 개막작이었던 한국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이었다.

13일 영국 타블로이드지 <메트로>는 “이번 영화제 개막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매력적인 대본과 보편적인 호소력으로 세계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는 한국영화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이 신문은 또 “런던시장이 ‘동아시아 영화의 가장 유명한 챔피언’이라고 부르는 이 영화제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기간 내내 좌석을 가득 채웠는데, 어떤 영화들이 상영됐는지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도 보도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들=공식포스터

10일 런던 오데온 극장을 찾은 400명의 관객들은 영화 상영뒤 집행위 쪽에 “아시아 영화를 알리는 개막작으론 더할 나위 없는 선정” “한국 영화에 대한 호감을 확실히 굳혔다”는 인사를 쏟아냈다.

관객들 중엔 정만식, 전도연 등 한국 배우들을 알아보고 이들의 연기력에 높은 점수를 매기는 이들도 많았다. 유럽에서 한국영화가 감독뿐 아니라 배우들까지 인지도를 키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런던아시아 영화제는 1회 개막작으로 '베테랑'을 선정한데 이어 '밀정' '남한산성' '엑시트' 등 해마다 꾸준히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한국 영화를 머리 작품으로 소개해 왔다.

이번 영화제는 런던 극장가 중심지인 레스터 스퀘어 일대에서 아시아 영화제 현주소를 보여주는 공식섹션 5편과 아시아의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스페셜 포커스 5편을 상영했는데, 한국영화 '기기괴괴 성형수'(감독 조경훈)를 비롯한 스페셜 포커스 5편이 모두 매진된 것도 이례적이다.

극장 등 영국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아시아 영화는 소수의 취향에만 호소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기발한 상상력들이 가진 힘이 크다. 앞으로도 주목할 만한 영화들”이라는 반응이다.

영화제의 하이라이트는 12일 폐막작 '7번가 이야기' 상영뒤 열린 욘판 감독 영상 인터뷰였다. 홍콩 시간으로 새벽 5시부터 영국에 있는 관객들과 접속해 자신의 영화 세계를 이야기하는 감독의 모습은 언택트 시대 영화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다.

애니메이션으로 홍콩의 한 시절을 그려낸 욘판 감독은 영상인터뷰에서 “영화는 내가 기억하는 1967년 홍콩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지금과는 달라진 것도,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홍콩을 전세계가 주목하는 지금 홍콩에 대한 기억을 영국인들과 이야기하는 경험이 특별하다”고 했다.

폐막식을 찾은 250명 관객들은 며칠 동안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기쁨들을 이야기했다. 한 런던시민은 “사운드와 시네맥스의 대형화면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넷플릭스로 영화줄거리를 쫓아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는 극장에서 보아야 한다”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런던에 사는 매간 윌리엄은 “지난 3월 코로나로 봉쇄조치가 내려진 뒤 처음으로 외출할 수 있었다”며 영화제에 감사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영화제작을 하는 크리스 파커는 “다른 나라로 여행할 수 없게 된 시기 아시아 여행을 영화로 대신 경험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런던에서 열린 국제영화제를 반겼다.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코로나 위기 뒤 영국에서 오프라인으로만 열린 유일한 영화제다.

올해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코로나 상황에 맞춰 11일 동안 열렸던 영화제 기간을 4일로 줄이고, 초청편수도 60편에서 10편으로 줄였지만 영화인들을 초대하진 못했어도 극장상영에 충실한 영화제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다.

사진= 폐막식에서 전혜정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 폐막식에서 전혜정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런던시장까지 나서서 격려...짧지만 풍성했던 4일

누구보다도 학생들이 반겼다. 극장 로비에 마련된 포토존과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배너 앞에선 대학생들과 관객들의 기념촬영이 이어졌다.

이번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산 우려로 전세계 대부분의 영화제가 중단된 가운데서도 방역당국 규정을 따라 열린 유일한 오프라인 영화제라는 의의가 있다. 영국은 지난 11월6일부터 12월2일까지 외출과 모임을 금지하는 2번째 봉쇄조치가 시행됐고,

19일부터는 3번째 봉쇄조치가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 11월 개최될 예정이었다가 봉쇄 해제에 맞춰 일정을 바꾼 영화제는 결과적으로 봉쇄령 막간에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달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사디칸 런던시장의 문화다양성 정책에 함께 하는 좋은 사례로 선정된 바 있으며, 올해도 필름런던과 영국영화협회 (BFI)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런던시는 계속되는 접촉금지로 지친 시민들의 감수성을 채우는 역할을 하라는 취지로 올해는 특히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혜정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열리는 한국영화제는 한국문화를 알리는 도구로만 여겨졌는데, 이번에 런던시가 적극적으로 영화제를 장려하고 런던시민들이 후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도시의 다양성을 지켜내는 역할을 하는 다양성의 파수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런던시가 갖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에 아시아 문화의 큰 줄기가 보태지게 된 인상이다. 언택트 시대에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이러한 교감은 영화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영화제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제5회런던아시아영화제의 상영작과 정보는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https://www.leaff.org.uk/)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12일 오데온 극장에서 열린 런던아시아영화제 클로징 갈라에서 랴오밍이 감독이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 12일 오데온 극장에서 열린 런던아시아영화제 클로징 갈라에서 랴오밍이 감독이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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