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과 웃음이 꼬리를 무는 진실이 없는 이야기, 너도 나도 이해 할 수 없는 거짓말 파티

연극 '스페셜 라이어'는 택시 운전사 존 스미스가 윔블던과 스트리트햄에 두 집 살림살이를 시작하고 난 후 늘어가는 거짓말에 대해 다룬 작품. 우연히 사고에 휘말린 그는 경찰의 의심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두 집을 오가며 점점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쌓아가는 이 연극은 오랫동안 국내 관객들에게 사랑 받은 대표 연극 중 하나다.

레이 쿠니(Ray Cooney)의 희곡 ‘Run for Your Wife’를 번역 각색한 ‘스페셜 라이어’는 빠른 스토리 전개와 웃음의 강약 조절로 한 시도 웃음을 쉴 수 없게 만든다. ‘존 스미스’의 두 아내 ‘메리 스미스’와 ‘바바라 스미스’는 서로의 남편 ‘존 스미스’를 애타게 찾는 바람에 그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계속하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게 된다.

두 집 살림의 주인공들인 스미스 3인방이 있지만 웃음의 포인트는 바로 ‘포터 하우스’ 형사와 ‘존 스미스’의 거짓말에 휘말리게 된 친구 ‘스탠리 가드너’이다. 극의 후반부에 들어서면 ‘포터 하우스’와 ‘스탠리 가드너’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관객이 공연장에 들어서면 20세기 초에 유행했을 흥이 있는 스윙재즈를 들을 수 있다. 무대로 향하는 출입구는 모두 4개로 이 곳을 통해 배우들의 등, 퇴장이 진행되고 무대 중앙에는 2인용 쇼파와 곁에는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유선전화가 놓여져 있다.

무대를 반으로 가르는 벽지와 양쪽을 구분하는 가구가 다르게 놓여진 것으로 보아 양쪽이 다른 공간임을 암시한다.

공연 2분 전, 두명의 여성배우가 어찌할 지 몰라하는 표정으로 등장 하더니 곧 다른 문으로 사라진다. 또 다른 배우 역시 등장과 퇴장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 둘은 경찰에 자신들의 남편이 실종되었다고 신고를 한다.

 

"여보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두 집 살림하는 남편

 

어느 집에서 아침부터 벌어지는 일들의 사연은 이렇다. 한 명의 남자가 두 집 살림을 하며 두명의 아내와 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아내들은 남편이 집에 오지 않자 실종 신고를 하게 되고 이야기를 시작된다.

주인공인 택시 운전사 존 스미스는 두 여인을 사랑한다. 너무나 똑같이 두 사람을 사랑하고 있기에 아무도 모르게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존은 윔블던에서는 메리, 스트리트햄에서는 바바라와 함께 살고 있다.

정확한 스케줄을 계획해 움직이는 존의 일정은 가벼운 강도 사건에 휘말리며 엇갈리기 시작한다. 존을 걱정해 경찰서에 전화한 메리와 바바라 덕분에, 두 사람의 집에는 각각 트로우튼 형사와 포터 형사가 찾아온다.

존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친구 스탠리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고, 순간을 피하기 위해 벌여놓은 일들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 겉잡을 수 없는 사건이 되어버린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장르의 연극이라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한 관객은 자리에 앉으며 "나 이런 거 잘 못 봐. 분명 코를 골며 잘 거야"라고 말했다.

문화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미리 잘 것 같다며 예고까지 했지만 결국 그 관객은 박수까지 치며 연극을 끝까지 관람했다. 그만큼 '스페셜 라이어'가 가진 웃음의 힘은 강했다. 작품 속에는 불륜, 거짓말, 여성스러운 남자, 위협적인 남자 등 민감한 소재와 전형적인 캐릭터가 가득하다.

하지만 쓸데없이 불륜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았고, 거짓말은 단순히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도구로 쓰였다. 그래서 거짓말을 뱉은 뒤 그것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존과 스탠리는 고군분투한다.

그들의 눈물겹고 쓸데없는 노력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는데, 이는 속는 사람이 아닌 속이는 사람을 보며 폭소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속는 사람이 바보처럼 비쳐지지 않고, 오히려 속이는 사람이 허둥지둥하는 모습은 불편함 없는 웃음을 선사해 뒤 끝이 남지 않는다.

인터미션 없이 110분 동안 진행되는 연극이지만, 지루함 없이 흐름에 따라 더 쫀쫀해지고 흥미진진해지는 이 작품은 짜임새 좋은 구성과 함께 배우들의 유쾌하고 코믹한 연기가 매력으로 다가온다.

존 스미스 역의 테이은 거짓말의 당사자로 일명 '개판 5분 전'인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지만, 가장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행동하는 인물이다.

덤덤한 듯 연기를 펼쳐 개성 강한 다른 인물들 속에 묻힐 것 같았지만, 노련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극의 중심에 섰다. 스탠리 가드너 역의 김인권에게는 우선 정말 고생이 많았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고작 윗집에 사는 이웃사촌일 뿐인데, 존의 거짓말에 휩쓸려 농부도 되고, 호모도 되고, 존 스미스도 되고 정말 각종 고난을 겪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안쓰러우면서도 가장 코믹했다.

남편 존만을 바라보고 사랑하고 걱정하는 귀여운 아내의 모습을 오세미 본연의 성격을 입혀 잘 살려냈다. 연기에서는 살짝 과장된 부분도 있었지만 연극적인 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였다.

바바라 스미스 역의 나르샤는 두번째 무대 연기에서 '인생캐'(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자기 옷을 입은 듯 인물을 120% 표현해낸 나르샤는 다소 연기 템포가 느렸지만, 예쁘고 세련된 캐릭터 설정에 잘 부합되며 인물을 잘 소화해냈다.

포터 하우스 역 이도국과 트로우튼 역 김원식은 이 작품에서 없어서는 안될 감초였다. 형사인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캐릭터로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뽐냈고, 반전 행동과 대사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오직 '웃음'만이 미덕인 연극 '스페셜 라이어.' 굳이 메시지를 생각하거나 감동을 받을 준비를 할 필요 없다. 웃음이 나는 장면에서 크게 웃으면 된다.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웃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스페셜 라이어'가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스페셜 라이어'는 2월 26일부터 4월 25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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