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공연 21주년을 맞은 뮤지컬 '시카고'가 막을 올렸다. 6일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시카고’ 프레스콜이 열려 하이라이트 시연과 함께 배우들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2000년 초연부터 전 시즌을 함께한 '시카고'의 살아있는 역사 최정원을 필두로 아이비, 김영주, 김경선 등 기존 멤버와 윤공주, 티파니 영, 민경아, 박건형, 최재림 등 새로운 배우들이 조화를 이룬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격동기 미국, 그 중에서도 농염한 재즈 선율과 갱 문화가 발달한 시카고를 배경으로 ‘관능적 유혹과 살인’이라는 테마로 당시 부정부패가 난무한 사법부를 풍자한 작품이다.

미국의 쿡카운티 교도소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공연은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지는 열정의 디바 '벨마 켈리'와 애인에게 배신당하는 섹시한 매력의 '록시 하트'의 드라마틱한 사연으로 전개된다. 

역사상 가장 오래 공연되고 있는 ‘브로드웨이의 상징’과도 같은 뮤지컬로, 국내에서도 지난 20년간 15시즌을 거치며 누적 공연 1146회, 평균 객석점유율 90%를 기록한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지난 2일 개막한 이번 공연은 한국 프로덕션 21주년을 기념해 매 시즌 함께 한 최정원뿐 아니라 지난해 여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새로 합류한 티파니 영이 신구 조화를 이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카고’ 전 시즌을 함께한 최정원은 하이라이트 시연 첫 주자로 나서 명불허전의 공연을 선보였다.

‘시카고’의 대표 넘버 ‘All That Jazz’(올 댓 재즈)에 맞춰 공연을 펼친 최정원은 제 안방을 누비듯 무대 곳곳을 휘저으며 강렬한 아우라로 시선을 압도했다. 그루브 넘치는 안무, 폭발적인 가창력,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까지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았다.

최정원은 “첫 공연만을 위해 달려왔다. 오프닝 날 너무 관객이 만나고 싶어서 시간이 빨리 돌리고 싶었다. 21년을 해온 무대지만 이번에도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더 진실되고 섹시하고 뜨거운 공연 만들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특히 최정원은 ‘시카고’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며 성형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캐릭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정원은 “오디션 볼 때마다 항상 최선을 다한다. 성형을 일절하지 않는데 ‘시카고’를 더 오래 할 수 있다면 시도하고 싶을 정도로 간절한 작품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재밌어서 욕심을 버리기가 힘들다. 때가 되어 무대에 내려와 다른 이의 공연을 본다면 눈물이 날 것 같다.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경선은 "'시카고'는 김경선이라는 배우를 알려준 작품이고, 배우 인생에서 가장 큰 작품"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최연소로 마마 모튼 역을 맡아 '시카고'와 인연을 맺었고, 이제 함께 나이 들고 있다는 김경선은 "매 시즌 발전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시작하는데 끝날 때마다 아쉽더라.

그게 완성되면 하차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은 그런 마음이 안 생긴다"며 "인생 배역이라 생각하고 관리 잘해서 끝까지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1년 만에 무대에 섰다며 "첫 공연이 너무 감동적이었고, 관객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대표 넘버 ‘All I Care About’(올 아이 케어 어바웃) 시연 무대에 오른 티파니 영은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며 객석을 집중시켰다. 티파니 영은 자연스럽고 싱그러운 매력으로 록시를 표현하며 밝은 에너지를 선사했다.

티파니 영은 “‘시카고’는 사랑이다. 연습이 정말 즐겁고 현장에 나올 때마다 느껴지는 파이팅에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 시카고를 보러 오셔서 에너지를 받고 가셨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작품이기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티파니 영은 첫 공연을 앞둔 날을 떠올리며 “꿈에 그리던 무대이고 역할이었다. 소녀시대 멤버들도 공연날 문자로 ‘너의 꿈’이라고 말해줘서 좀 멍했다.

그간은 무대에 임할 때마다 들떠있고 스스로에게 취해있었는데 ‘시카고’를 통해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것을 배우게 됐다”며 “‘시카고’의 캐스트마다 달리 표현되는 캐릭터다. 제 스타일로 록시를 최대한 사랑하고 보호해줘야 했다. 꾸미지 않으려 노력했고, 항상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티파니 영과 함께 200: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은 뮤지컬배우 민경아는 "록시 하트 역은 제 배우 인생에 있어서 큰 변화와 성장을 할 수 있는 출발이 된 것 같아 감사하다"며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다. 첫 공연에서 많이 떨었지만,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빌리 플린' 역의 박건형과 최재림도 "매력적인 인물을 연기하게 돼 영광이다. 즐기면서 하고 있다"며 "피와 땀, 눈물이 가득 담긴 연습이 이번에 공연으로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 정말 신난다"고 말했다.

짧은 시연만으로 충분한 기대감을 자아낸 ‘시카고’는 더욱 높아진 수준의 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매료할 전망이다. 최고의 벨마라 불리는 최정원과 걸그룹 생활로 탄탄한 기본기와 쇼맨십을 갖춘 티파니 영의 합은 매력적인 새 에너지를 만들어가며 '시카고'의 또 다른 역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

2012년 록시 하트에서 9년이 지나 벨마 켈리로 돌아온 윤공주는 새로운 감회를 전했다. 그는 "연습 과정이 너무 즐거웠고, '시카고'의 매력을 마음껏 느꼈다"며 "9년 전 록시 하트를 한 건 지금의 벨마 켈리를 하기 위한 사전 연습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첫 주연작이었던 '시카고'의 다섯 번째 시즌을 만나게 된 아이비는 "멋진 작품에 계속 참여할 수 있게 돼 저는 행운아"라며 "하면 할수록 부담되는 게 이 작품이다.

첫 공연 때 너무 긴장 돼서 심장이 제 귀 옆에 있는 줄 알았다"고 웃었다. 지난 2일 막을 연 '시카고'는 오는 7월18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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