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스틸 컷=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2021년 판 ‘레 미제라블’ 제목이 주는 힘에 이끌려 살짝 들춰본 영화 정보가 결국 나를 시사회장으로 밀어 넣었다.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진 영화 속 배경은 2019년 처음 방문해서 내가 보았던 프랑스와 매우 비슷했다.

사진이 아닌 실제 경험한 프랑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짙은 회색빛이었다. 그 회색빛 도시에 한몫 거든 것은 파리 시민들의 모습이 있다. 흔히 프랑스인들은 백인이 대부분일 것이다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아랍계 이민자, 아프리칸 흑인들이 훨씬 더 눈에 더 많이 띄었다.

내 눈에 들어온 그들은 소속감이라고는 없는 표정으로 파리를 하릴없이 거닐고 있었다. 에펠탑이나 개선문처럼 휘황찬란한 관광지 배경에 들뜬 관광객과 달리 어딘지 모르게 붕 떠 보이는 표정의 파리의 이민자들. 그들과 나나 이방인임은 마찬가지였지만 표정은 아주 달랐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마주했던 파리 이민자들의 생활을 깊숙이 파고든다. 소설 ‘레미제라블’과 영화 ‘레 미제라블’은 같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파리 외곽의 공업도시, 몽페르메유가 주 무대로 등장한다.

몽페르메유는 예전엔 빈민가였고, 지금은 이방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영화 상영 내내 건물 벽면 마다 그려진 그라피티는 내가 프랑스에서 정말 많이 본 요소 중에 하나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지지만 기득권자는 분명하게 보인다.

백인 경찰. 그는 자기가 곧 법이라고 말한다. 불심검문을 하지만 그 대상은 모두 이민자 출신의 프랑스인들이다. 하지만 과연 이민자들만이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무조건 이민자들의 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경이 우리나라라면 입장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무슬림들이 우리나라에 이슬람을 퍼뜨리려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무슬림을 막으려고 온갖 혈안이 되지 않겠는가? 나조차도 이슬람이 한반도에 퍼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을 것이고,

실제로 전 세계에서 무슬림이 정복하지 못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는 이미 다문화 가정 출신의 아이들조차 내국인으로 받아들이는데 많이 인색하다. 이 영화는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호한 현실 속에서 그들은 모두 ‘불쌍한 사람들’이다. 아무도 그들에게 정답을 주지 않고, 평화 또한 불가능해 보인다. 영화 처음 시작에 나온, 인종 상관없이 모두 프랑스를 진정으로 응원하며 하나의 프랑스인이 되는 월드컵의 기적 앞에서 이상적인 민족 대통합은 스포츠가 열리는 짧은 순간에만 이루어진다.

이 영화는 리얼 다큐로 느껴져 출연자 연기력이 모두들 대단하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이들인데 아이들이 연기를 자연스럽게 너무 잘해서 프랑스 영화계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15일 개봉!

포스터=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포스터=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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