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단편 영화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벽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영화를 봐왔던 내 앞에서 그 벽을 망치로 때려부수었다. 영화란 이런 것이구나... 내 안의 선을 넘게 해준 다양하고 환상적인 단편 영화들. 감히 한 줄평을 내려보고자 한다.

1. 잃어버린 외장하드를 찾는 이상한 모험 ★★★

잃어버린 것은 외장하드였을까, 아니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다가 사차원 너머로 사라져 버린 나의 꿈이었을까? 뭔가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연출과 배우들의 좋은 합이 뻔한 교훈 너머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역시 고양이는 영물.

2. 검은 수염 선장 Captain Blackbeard ★★★ 

천진난만하게 해적을 꿈 꾸는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보아도 온몸으로 느껴지는 전쟁의 참혹함. 멕시코 혁명에 대해 더 잘 알았다면 훨씬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3. 출산예정일 Expectancy ★★

불안함이 너무 커져서 조현병 증상으로 나타난 듯한 예비 아빠의 처절한 몸부림. 호러 같긴 한데 감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4. 윌리엄을 찾아서 Searching for William ★★

아마 영화 시나리오에 써있었을 역할 이름-윌리엄1, 윌리엄2, 윌리엄3...아 그래서 그 '윌리엄'은 언제 나오는건데?? 월리를 찾아서가 아니라 윌리엄을 찾아서. 단편치고 길어서 좀 지루함. 내가 지루한 건 둘째치고 울리아나가 시나리오라도 완성 했길 바라며...

5. 좀비비 Zomvivi ★★★★

몇몇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눈 앞에 스쳐지나가게 만드는 좀비비의 힘. 더 자극적이고 더 강한 마라맛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 좀비비와 더 자극적인 걸 원하는 시청자들. 그 사이의 소통은 없다. 선미의 Noir 뮤직비디오를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

6. 지도 바깥_수직방향으로 ★★★

한강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숨어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데, 같은 생각을 그린 영화를 만나 반가웠다. 위 아래 옆으로 들리는 강물과 화자의 속삭임이 정말로 내 자신이 한강을 떠도는 물고기가 된 느낌. 

7. 대답하지마 ★★★☆

1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강력하게 담아낸 환상적인 호러. 시작도, 결말도 모두 좋았다. 

8. 북극성 ★★★★

지금 딛고 선 땅이 단단하지 않고 자꾸 미끄러지는 청춘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 조심스레 다가간 로맨스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별처럼 빛나는 메시지. 

9. 그날의 우린 ★★★★☆

"남자애가 널 괴롭히면 그게 널 좋아한다는 표시야~" 웃기고 자빠졌네. 그건 애정이라는 단어로 잘 포장된 괴롭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영화를 보고 어딘지 불편한 진실을 느낀다면 당신도 당한 것이다. 강력한 어퍼컷을 날리는 작품! 

10. 상희 ★★★☆

상희는 꿈이 있다. 나도 꿈이 있다. 상희와 나는 그 꿈을 향해 걸어간다. 그런데 상희도 나도 자꾸 헤멘다. 주변엔 이미 골인 지점을 향해 달려나가는 사람들 뿐이다. 그들 사이에 섞이지 못한다. 속 시원히 입 닥치라는 말도 못한다. 내가 바로 상희다. 미묘한 감정을 표현한 상희 역할의 배우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