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신분과 함께 나름(?) 웹툰을 담당하고 있는 나는 참 여기저기 기웃대는걸 좋아한다.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지만 스리슬쩍 고개를 빼고 본단 뜻. 이번에는 코로나19의 네번째 폭풍이 하필 시작할 때 같이 개막해버린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걱정이 되었다.

관계자는 아니지만 영화제 현장에 나가 기웃기웃 둘레둘레 돌아다녔다. 이번 영화제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전체적인 색감이다. 분홍과 민트로 어우러져 어딘가 사이키델릭하고 톡톡 튀는 컨셉은 이번 bifan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슬로건처럼 이번 영화제는 뭐 하나 제정신인 것이 없다. 포스터 속 귀여운 케익을 내가 직접 마구 파헤치고 싶은 것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억눌렀던 똘끼라도 발산해내라는 듯, 관객도 기자도 축제의 현장을 파고들고 싶게 만든다. 

부천시청 전면
부천시청 전면
CGV 소풍 안에 있는 티켓예매처
CGV 소풍 안에 있는 티켓예매처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천시청과 CGV소풍에는 코로나19 자가검진을 해볼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되어있다. 당연히 실제로 의료진이 하는 검사보단 덜 아프다. 내가 감히 내 코를 마구 쑤실 수 없기 때문에!

여튼 실제 검사보단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다 많다. 양성이 나오면 어떡하지? 이대로 의료진이 불쑥 나타나 잡아가는 거 아냐? 라는 상상을 할 때 쯤 결과가 나온다. 다행히 음성. 두 줄이 뜨면 양성이란다. (임신테스트기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검사가 끝나면 당당한 자유이용권...아니 입장 팔찌를 준다. 코로나도 패스 마스크도 썼고 손소독제로 팔 소독까지 마쳤다. 이제 입장이다!

부천시청 로비와 프레스 센터의 모습이다. 부천시청에 들어가면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1층에 위치한 독립 영화관, 판타스틱 큐브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주황색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스태프들까지.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이번 bifan은 포스터 디자인과 컨셉을 정말 잘 잡았다. 부천시청 3층으로 가서 프레스 뱃지와 기자들에게 주는 기념품을 받았다.

프레스룸으로 마련한 어울마당 안에는 비디오룸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기자들은 원하는 작품을 골라서 볼 수 있다. 기웃 대장은 용기를 내어 착석 해본다. 그리고 판타스틱한 영화들의 매력에 빠졌다.

위와 같이 기자들에겐 각종 협찬품과 기념품을 준다. 두꺼운 프로그램북, 참존에서 제공한 마스크, 김치시스터즈에서 제공한 김치 시즈닝, 손소독제, 사탕, 건강기능식품, 휴대용 비누와 교환해서 먹을 수 있는 커피 쿠폰까지!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받아도 될까 싶을 정도다.

아래 사진은 내가 직접 구입한 뱃지인데 너무 귀여워서 안 살 수 없었다. 사실 이 케이크가 파헤쳐진 버전도 있는데 이미 품절되었다고 한다. 조금 아쉬웠다.

소풍CGV 안에 있는 기념품 부스와 티켓부스 이모저모를 담았다.  사진에 있는 흰색 티셔츠, 고민하다가 결국 샀다.

평소에 입고 다니기에도 이쁘고, 포스터 디자인에 많은 영감을 받았기 때문에 그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아 구매한 이유도 크다. 

사실 난 검정파라서 검정을 사고 싶었는데 역시 품절이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올 걸 그랬다.

프레스 뱃지로는 하루에 최대 4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가 있다. 장편 영화도 많았지만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에서 정말 판타스틱한 뭔가가 있을까 싶어서 골랐는데, 결론적으론 최고의 선택이었다. 다소 영화를 좁게 보고 있었던 나의 시야를 쫙 넓혀 주었으니까.

한시간 반에 담긴 단편들 사이에서 나는 여러 예술가들의 시선을 빌려 세상을 보았고, 이것이 영화구나 라고 느꼈다. 온전히 감독의 시선이 되어, 캐릭터의 감정에 빙의 되어 보고 있자니 가슴 밑바닥에서 떨림이 느껴진다.

문장 몇 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깨달음. 오랜 시간 동안 부화하지 못했다가 마침내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가 이런 느낌은 아닐까? 그러한 강력한 어떤 플래시를 겪고 나니 다른 단편들을 안 볼 수가 없었다.

두번 째 작품도 역시 단편 모음집으로 골랐다. 장편에서는 겪을 수 없는 함축적이고 강력한 메시지, 내 머리를 때리는 깊은 울림이 좋았다. 장편은 아무래도 웨이브로 봐야겠다. 7월 14일에 본 단편 모음집은 한 줄평으로 기사를 올렸다. 무비톡 메인페이지나, 아래 관련 기사 링크에서 보시길 추천한다.

프레스 자격으로 받은 음료 교환권으로 아메리카노도 마셨다. 공짜 커피라서 더 맛있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내게 시사하는 바는 무척 컸다. 초보 기자로 영화계의 문을 두드리지도 못하고 틈새로 슬쩍 보는 형국이었으나,

이번 '기웃기웃'은 어떤 큰 선을 넘은 작은 몸짓이었던 것이다. 영화가 무엇인지,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시간에 구애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지 뼛속까지 느꼈다. 벌써 다음 영화제가 기다려지고, 영화와 제대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니 이제 돌이킬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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