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컨텐츠컴퍼니제공
뉴컨텐츠컴퍼니제공

서울 구로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관객들의 기다림 속에 압도적 대작의 귀환을 알리며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영국 소설가 메리 셸리의 동명 원작소설(1818년 작)을 바탕으로 창작됐다.

열아홉 살 여성 작가가 쓴 데뷔작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소재와 통찰력을 지닌 소설답게 출간 이후 파격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최초의 SF소설이자 대표적인 괴기 소설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도 이런 원작에 기반을 둔 작품답게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단, 주요 등장 인물과 공통된 소재만 가져 왔을 뿐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뉴컨텐츠컴퍼니제공
뉴컨텐츠컴퍼니제공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한국 대표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뮤지컬 ‘벤허’, ‘영웅본색’ 등을 만든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의 또 다른 합작품으로, 강렬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무대와 수려한 음악들 덕분에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또 2014년 더 뮤지컬 어워즈 9개 부문 수상을 포함해 각종 시상식에서 저력을 보였고, 일본과 중국에도 수출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입증했다. 이번 시즌 출연진도 변함없이 화려하다.

우선 앞선 시즌 숨 막히는 연기와 뛰어난 노래로 깊은 감동을 선사한 뮤지컬 배우 민우혁, 전동석, 박은태, 카이가 다시 무대에 올라 ‘프랑켄슈타인’만의 감성을 잇는다.

여기에 규현과 정택운(레오)이 각각 새로운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앙리 뒤프레 역으로 합류해 기대를 모았고, 이 밖에도 해나·이봄소리(줄리아 役), 서지영·김지우(엘렌 役), 이희정·서현철(슈테판 役), 김대종·이정수(룽게 役)가 함께하며 한층 완성도 높은 무대를 꾸미고 있다.

뉴컨텐츠컴퍼니제공
뉴컨텐츠컴퍼니제공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전쟁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흔히 ‘프랑켄슈타인’이라 하면 군데 군데 꿰맨 얼굴에 괴상하리만큼 툭 튀어나온 나사가 몸에 박힌 괴물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이는 그를 지칭하는 명사가 아니다.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 이미지는 제임스 웨일 감독의 1931년 작 공포영화에서 괴물 역을 맡은 배우 보리스 칼로프가 연출한 모습으로 깊숙이 각인됐다.

본래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라 불린 피조물을 탄생시킨 창조주로, 그가 만든 생명체는 끝내 어떤 이름도 부여받지 못했다.

뉴컨텐츠컴퍼니제공
뉴컨텐츠컴퍼니제공

뮤지컬 속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스위스 제네바 출신 과학자로 등장한다. 부유한 가문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으나 갑작스럽게 유행한 흑사병 때문에 부모를 잃고 저주받은 삶이라 자조하며 신이 되길 욕망하는 인물이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죽지 않는 인간’을 창조하기 위해 전쟁터에서 희생된 군인들의 신체로 연구를 진행해 오다, 신체 접합술에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의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빅터가 품은 야망을 경계했던 앙리였지만 결국 그의 굳은 신념과 의지에 감명을 받아 실험에 합류하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로 뜻을 모은다.

그러나 신은 그런 인간의 도전을 그저 두고 보지 않았다.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던 발견을 하게 된 대가는 참혹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 뒤로 결국 빅터의 손에서 피조물이 창조되지만,

그는 상상했던 존재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탄생해 큰 충격을 안긴다. 이후 괴물이 된 피조물과 창조주 빅터 프랑켄슈타인 사이에 애증으로 점철된 피의 복수가 시작되면서 극은 절정을 향해 달린다.

뉴컨텐츠컴퍼니제공
뉴컨텐츠컴퍼니제공

미신처럼 여겨지는 속박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길 꿈꿨던 빅터는 끝내 어둠 속에 갇힌 자신조차 구원하지 못한다.

생의 사명을 완수하고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살고자 했으나 좌절을 거듭하며 파멸로 이끌리고 마는 모습은 안타까운 심상을 더한다. 이토록 무게감 있는 이야기는 풍부한 음악으로 완성됐다. 섬세하면서도 힘차게 시작된 서곡은 앞으로 펼쳐질 여정을 향한 기대감을 높인다.

곧 이어 빅터와 앙리 사이 의견 대립이 돋보이는 ‘단 하나의 미래’, 빅터를 사랑한 줄리아의 ‘혼잣말’, 잠시나마 행복했던 한 때를 그린 ‘한 잔의 술에 인생을 담아’, 진심 어린 신뢰와 우정을 노래한 ‘너의 꿈속에서’, 굳은 결의가 담긴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외로움과 분노가 오롯이 담긴 ‘난 괴물’, ‘상처’ 등이 극적인 장면들과 차례로 어우러지며 몰입을 유도한다. 전반적으로 잘 짜인 전개 가운데 오히려 서사에 완벽한 설명을 곁들이지 않음으로써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둔 것도 작품이 가진 매력이다.

뉴컨텐츠컴퍼니제공
뉴컨텐츠컴퍼니제공

무엇보다도 가장 궁금해지는 부분은 바로 1막과 2막 사이에 흐른 3년이란 시간이다. 또 뮤지컬에서는 앙리가 거쳐온 삶의 발자취를 집중해 다루지 않는다. 여러 정황과 대사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동안 그가 혼자 외롭게 살아온 인물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관객들이 등장인물들의 선택에 공감하게 되는 까닭은 이런 약간의 공백을 계기로 다양한 추론이 가능하도록 작품 곳곳에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었기 때문이다.

다만 속도감이 확실한 1막에 비해 조금 늘어지듯 느껴지는 2막 초반 격투장 신은 여전히 아쉽다. 1막은 빅터, 2막은 괴물의 이야기에 중점을 뒀으며 캐릭터의 1인 2역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사실을 모르고 공연장에 들어가면 1인 2역인지 모르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빅터와 자크는 진중한 모습과 한없이 가벼운 모습의 대비가 커 극의 재미를 더한다.

‘프랑켄슈타인’의 세 번째 시즌을 함께 하고 있는 전동석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 자크를 하고 싶어서 빅터를 연기하나, 궁금해질 정도로 캐릭터의 간극이 인상 깊었다.

뉴컨텐츠컴퍼니제공
뉴컨텐츠컴퍼니제공

이 작품은 배우들이 역할과 잘 맞아 더욱 돋보인다. 어린 시절 아픔 때문에 '죽지 않는 사람'에 집착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 전동석과 그의 든든한 친구 '앙리 뒤프레' 역 카이(정기열)가 보여주는 진한 우정은 감동적이다.

1막 '앙리'가 '빅터'를 대신해 사형 당하는 장면(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비슷한 전개)과 2막 마지막 격투 장면(생각보다 격렬하다)은 무척 인상적이다. 한국 창작 뮤지컬 서사 부족이 항상 아쉬웠는데 이 작품은 그것을 뛰어넘었다.

세계 시장에 진출(이미 일본 시장 진출)해 더 많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봤으면 좋겠다. 특히 중화권 시장(중국, 대만, 홍콩)에 꼭 진출(사드,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상황이지만)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뮤지컬 배우 중 전동석과 강필석이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하는데('드라큘라' 리뷰에서도 전동석 외모를 언급했다)  오늘 관람하니 전동석 외모는 명불허전이다.

186 기럭지(?)부터 우월하고 중.저음 목소리(성악 전공)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카이(정기열) 역시 185 키와 감미로운 목소리(내가 유일하게 보는 예능 MBC '복면가왕'에서 이미 보여준)가 슬프게 흘러가는 극과 잘 맞는다.

전동석과 카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호흡이 관객을 울리고 웃겼다. 극 중간 재미있는 대사(즉흥 대사)도 있고 두 사람의 연기와 노래는 오늘 최고였다. 

뉴컨텐츠컴퍼니제공
뉴컨텐츠컴퍼니제공

슬픈 죽음을 맞는 '줄리아' 역 해나(이해나)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루시' 역으로 나왔을 때 눈여겨 봤었다. MBC '복면가왕'에서 가왕 하는 걸 보고 놀랐는데 이젠 뮤지컬 배우로 자리잡아 기쁘다.

올해 '그레이트 코멧'에서도 인상적이었는데 앞으로 그녀 활약이 기대된다. '엘렌' 역 서지영, '룽게'(빨리 죽어 아쉽다) 역 김대종, '슈테판' 역 이희정(목소리가 좋은) 등 배우들이 1인 2역까지 일당백을 했다.

민우혁·전동석·규현·박은태·카이·정택운·해나·이봄소리·서지영·김지우·이희정·서현철·김대종·이정수씨 등 국내 최정상급 배우들이 나오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내년 2월 20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저작권자 © 무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