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창작 뮤지컬 '쇼맨_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 프레스콜이 열렸다. 프레스콜은 주요 장면 시연, 간담회 순으로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 이수현 국립정동극장 공연기획팀장, 배우 윤나무(김태훈), 강기둥, 정운선, 박란주, 안창용, 이현진, 김대웅, 이다정이 참석했다. 

지난 1일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는 냉소적인 속물 청년이 우연히 과거 어느 독재자의 대역 배우였다는 괴짜 노인의 화보 촬영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회와 이데올로기 안에서 주체성을 상실한 개인의 삶과 회복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작품은 가상의 국가 파라디수스 공화국을 배경으로, 가상의 독재자 미토스를 등장시켜 ‘쇼맨’의 민낯에 접근한다. 독재국가 수장의 대역배우 역할을 수행한 ‘네불라’와 그가 노인이 된 후 우연히 만나게 된 가짜 사진작가 ‘수아’라는 두 캐릭터 사이의 대화로 극의 전개를 이끌어 간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주체적이지 못했던 순간의 선택으로 평생을 심판받는 등장 인물들을 통해 ‘개인은 사회 안에서 얼마나 주체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

[국립정동극장] 쇼맨_공연사진 (1)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의 한 장면./제공=국립정동극장
[국립정동극장] 쇼맨_공연사진 (1)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의 한 장면./제공=국립정동극장

무엇보다 ‘쇼맨’은 2013 국회대상 올해의 뮤지컬상,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 연출상 제7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 극본상, 작곡상 ‘레드북’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트리오(박소영 연출, 한정석 작가, 이선영 음악감독)의 합작으로 관객과 공연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쇼맨’은 단 6명의 배우가 무대를 채운다. 네불라 역의 윤나무는 “훌륭한 배우, 창작진, 스태프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스럽고 감사한 작품이었다. 우리 작품의 만듦새를 많은 분들이 오셔서 체험하시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강기둥은 “준비하는 데 어렵기도 했고, 풀어야하는 숙제도 많았던 공연이었지만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준비했다. 관객들로 하여금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수아 역의 정운선은 “가장 지지하고 응원하고 믿는 창작진의 작품이기에 고민 없이 참여하게 됐다”라며 “창작진이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만큼, 우리도 잘해서 완성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 시간이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같은 역을 맡은 박란주 역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써주신 대로 잘 표현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는데 막공까지 퍼즐을 잘 맞추겠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짐이 있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숙명적인 삶의 무게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국립정동극장] 쇼맨_공연사진 (1)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의 한 장면./제공=국립정동극장
[국립정동극장] 쇼맨_공연사진 (1)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의 한 장면./제공=국립정동극장

한정석 작가는 “독재라는 키워드를 뽑고 나서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독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국가를 특정하기보다, 누구나 자신의 상식선에서 연상할 수 있게끔 썼다”라고 말했다.

이어 “네불라는 ‘무지성’과 ‘무사유’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살다 보면, 생각하지 않고 사회의 이데올로기나 시스템을 따라가는 경우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거리를 두고 그들을 비판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나도 그럴 수 있구나,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사유의 지점을 만들어 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수아도 네불라에게 거부감을 느꼈으나 점차 그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듯, 관객들 역시 수아와 네불라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흐름이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라고 전했다.

한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이 2018년 화제의 뮤지컬 '레드북' 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2년여에 걸쳐 완성된 작품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주체적이지 못했던 순간의 선택으로 평생을 심판받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개인은 사회 안에서 얼마나 주체적일 수 있는가'를 묻는다.

한 작가는 "'레드북'을 통해 누구나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그게 얼마나 어렵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저 역시 사회의 부조리한 일들에 하나하나 대응하지 못한다는 반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김민섭 작가의 '대리사회' 책을 봤다. '개인이 한 사회 안에서 온전히 주체적일 수 없다는 자각이야말로 주체성의 회복'이라는 구절에 크게 공감했다. 그런 메시지를 담고 싶었고, 이 작품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가상의 국가 파라디수스 공화국을 배경으로, 가상의 독재자 미토스를 등장시킨다. 독재국가 수장의 대역배우 역할을 수행한 '네불라'와 그가 노인이 된 후 우연히 만나게 된 가짜 사진작가 '수아'라는 두 캐릭터의 대화로 극이 전개된다.

한 작가는 "특정 국가보다는 여러 국가의 요소를 섞었고, 누구나 상식선에서 연상할 수 있게끔 가상국가를 만들었다"며 "수아가 네불라를 통해 스스로 돌아보듯, 관객도 수아와 네불라를 통해 자신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무대엔 6명의 연주자가 등장한다. 트럼펫을 비롯해 바이올린, 첼로 등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가 어우러져 다채로운 선율을 들려준다.

이 작곡가는 "'쇼맨'은 연극적인 요소가 있어서 음악이 뒤에서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며 "악기를 구성할 때 트럼펫을 두고 많이 고민했다.

소극장 무대에서 도전이었는데, 네불라가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초라한 삶을 마주했을 때의 쓸쓸함 등 상징에 맞는 악기라고 생각해 사용했다. 결론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악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 연출도 "기존에 했던 어떤 작품들과 비교해도 팀워크만큼은 자신있다고 할 정도로 훌륭한 연습과정이었다"며 "작가와 작곡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고 했던 연출이었다. 이 작품은 네불라만이 아닌, 네불라와 수아의 이야기다. 확장해서 모든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창작 뮤지컬 '쇼맨_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은 5월 15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강기둥, 윤나무(김태훈), 정운선, 박란주, 안창용, 이현진, 김대웅, 이다정이 나온다.        

저작권자 © 무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