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팀 버튼 감독
사진=팀 버튼 감독

판타지 영화감독 팀 버튼이 29일 서울 동대문구 DDP 살림터 서울-온에서 월드 투어 첫 전시 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 OF THE BURTON 展' 개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팀 버튼 감독과 브랜디 폼프렛 총괄 큐레이터, 서울디자인재단 이경돈 대표, 지엔씨미디어 홍성일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꼭 보여주고 싶었던 건 ‘유대감’이다. 어린 아이들이 나의 작품을 보면서 ‘나도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주)지엔씨미디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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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은 몽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해 '판타지 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린다. 팀 버튼의 스타일을 뜻하는 '버트네스크(Burtonesque)'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두터운 팬덤을 확보했다.

'비틀쥬스'(1988), '가위손'(1990),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1993), '빅 피쉬'(2003), '유령 신부'(200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덤보'(2019) 등 지난 50여년간 탄생시킨 수많은 영화들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는 영화 뿐 아니라 미술·건축·의상·음악 등 여러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 2012년 팀 버튼 프로덕션과 뉴욕 현대 미술관이 공동 기획했던 '팀 버튼 전'은 뉴욕, 멜버른, 토론토, 로스앤젤레스, 파리, 서울을 순회했고 연일 매진사례를 이어갔다.

팀 버튼 감독은 "제가 위대한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회상한 그는 "어린 시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는, 강력한 감정을 받는데 그걸 갖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이번 전시를 보고 '나도 그릴 수 있겠다', '나도 그려보고 싶다' 등의 영감을 받길 바란다. 실제 자신의 나이와 상관없이 어릴 때 느꼈던 감정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좋겠다."

아울러 "저는 예술가로서 제가 갖고 있는 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저 자신의 중심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세상이 계속 변하고 있고 SNS(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고 뭔가를 말하는 게 어려워진 상황이다.

타인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제가 갖고 있는 핵심 가치, 믿고 있는 것들을 계속 지켜나간다는 점에서 보면 저는 많이 안 변한 것 같다."

DDP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팀 버튼 감독은 “10년 만에 서울로 다시 오게 돼서 정말 기쁘다”며 “집에 온 듯한 편안함도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시를 보고 어떤 형태로든 본인의 창의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며 “특히 어린 아이들의 창의성 발전에 내 전시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어른이 되기는 했지만 어린 아이가 가지고 있을 법한 창의력을 가지고 가는게 중요하다. 어렸을 때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새롭고 보는 시각이 다르지 않나. 이런 특별한 감정을 커가면서도 계속해서 가지고 가야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셧다운이 되고 고립된 생활을 이어갔지만 버튼 감독에게는 오히려 바빠서 못했던 걸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버튼 감독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린 드로잉 작품도 전시해놓았다.

팀 버튼 감독은 “항상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와서 특별히 고립됐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며 “대신 창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면서 예전과 다른 느낌의 시간에서 살았다”고 돌아봤다.

코로나 이후 영화산업이 더욱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 초기에도 우리 영화산업은 변화가 감지됐다.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 시작되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가 발발했고 그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을 뿐이다. 스트리밍은 강력한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있을 거라 믿는다.”

10년 만에 서울에서 전시를 여는 팀 버튼은  DDP에서 가진 '팀 버튼 특별전'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오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우주선처럼 생긴 DDP에 오니 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하다"며 "자하 하디드(DDP 건축가)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건축물을 만드는 건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앞서 팀 버튼 프로덕션은 지난 2012년 뉴욕 현대 미술관(MoMA)과 함께 '팀 버튼 전'을 공동 기획했고, 서울 등 전 세계를 순회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팀 버튼의 시그니처인 대형 '벌룬 보이'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8.5m 대형 조형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는 10개 주제로 구분했으며, 팀 버튼의 예술 세계가 진화한 과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주)지엔씨미디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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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이 어린 시절 필기했던 노트와 드로잉 원본, 영화 데뷔작인 '피위의 대모험'(1985)부터 최근작인 '덤보'(2019)까지 직접 만든 콘셉트 드로잉, 회화, 대본 스토리보드 등을 볼 수 있다.

즉석카메라를 사용해 제작한 오버사이즈 폴라로이드 시리즈, 순간순간 떠오르는 영감을 기록한 호텔 메모지와 식당 냅킨, 실현되지 못하고 중단된 필름과 텔레비전, 도서 프로젝트 등도 흥미롭다. 특히 팀 버튼의 실제 작업 공간을 재현한 '팀 버튼 스튜디오'가 눈길을 끈다.

(주)지엔씨미디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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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 폼프렛 총괄 큐레이터는 "팀 버튼 세계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팀 버튼의 영감의 원천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팀 버튼은 "아이들이 이 전시를 보면서 '나도 그려보면 좋겠다'는 영감을 받으면 좋겠다"며 "나이에 상관 없이 어린이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예술가의 자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주)지엔씨미디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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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느냐는 질문에 그는 "(팬데믹 이전에도) 항상 외로웠기 때문인지 몰라도 특별히 고립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오히려 혼자 생각하고 창조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팀 버튼 특별전' 서울전은 팀 버튼 프로덕션이 기획한 2022 월드투어의 첫 전시다. 회화, 드로잉, 사진, 영상, 미디어아트 등 그의 50년 발자취가 담긴 520여 점을 전시한다. 이중 150여 점은 최초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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