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좋은 사람(Good Person)
스틸 컷= 좋은 사람(Good Person)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좋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하고 한 번씩 쿵하며 마음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왜 일까. 어쩌면 내 안에서는 이미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라고 하는 어떤 상과 보편적 기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인생을 살다보면 백 프로 선인도 백 프로 악인도 없다는 걸 우리는 알게 된다. 그러니 ‘좋은 사람’이라는 말 자체가 사실은 기준이 없는 말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악랄한 이가 누군가에겐 자상한 아버지가 되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입체적인 현실과 인간적 면모를 지녔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의 불안이 그렇고 우리의 사랑이 그렇다.

사랑하는 마음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

 

스틸 컷= 좋은 사람(Good Person)
스틸 컷= 좋은 사람(Good Person)

 

우리의 불안이 때로는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주인공 경석(김태훈)은 아이들에게 자상하고 다정하며 인간적으로 ‘좋은’ 선생이다. 누구보다 공정하려 애쓰고 아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려 노력한다.

그러던 중 학급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경석은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의심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이혼한 경석은 전 부인에게 전화를 받고 며칠간 아이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통보 같은 부탁임에도 ‘좋은’ 사람인 경석은 기꺼이 아이를 맡기로 한다.

 

이 지점부터 균열은 시작된다.

경석의 좋은 의도는 계속해서 외면 받거나 오해받는다.

자신의 의도와는 점점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경석은 궁지에 몰린다.

 

스틸 컷= 좋은 사람(Good Person)
스틸 컷= 좋은 사람(Good Person)

 

도난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학생(세익)을 믿고 기다려주지만 아이는 경석을 배신한다. 경석의 입장에서 이것은 배신이다. 세익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 거라고 믿었으나 아이는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자신이 돌보기로 한 딸은 그날따라 고집을 부리며 경석을 멀리한다. 지난번에는 잘 놀았는데 왜 그리도 자신을 경계하고 싫어하는지 경석은 혼란스럽다. 경석은 모든 이들과 갈등(대치) 상황에 놓인다.

 

경석과 세익.

경석과 전부인.

경석과 딸아이.

경석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지만 늘 결과는 자신의 탓으로 돌아오는 현실에 절망한다. 상황은 경석의 예상과 관객의 예상을 뒤집고 다시 의심하고를 반복하며 복잡하게 흘러간다.

 

누군가는 진실을 말하고 누군가는 거짓을 말한다.

 

스틸 컷= 좋은 사람(Good Person)
스틸 컷= 좋은 사람(Good Person)

 

궁지에 몰려 폭발하게 된 ‘좋은 사람’ 경석은 가장 나쁜 사람이 할 법한 일들을 하고 만다. 교실로 뛰어 들어가 아이를 때리고 세익을 병원까지 끌고 와 윽박지른다. 이 모든 행동은 평소의 경석이라면 선택하지 않을 행동들이다. 하지만 상황이라는 변수는 이렇게 작용한다.

경석이 대치하고 있는 인물들과의 갈등과 결국 궁지에 몰리다 선택하고만 또 다른 현실 (폭력이든, 외면이든)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경계를 허물고 한순간에 다른 인격으로 전복시켜 버릴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감독은 삶이란, 나를 좋은 사람에서 나쁜 사람으로 변화시켜 버릴 수 있는, 다시 말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이며, 세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모순된 곳이라는 메시지를 경석과 세익을 통해 보여준다.

제목처럼 ‘좋은 사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경석이 떠오를 만큼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심한 사람이기도 했고, 누군가에는 불신을 주었던 사람이기도 했으며, 누군가에게는 도망치고 싶었던 사람이기도 했다.

이제 경계는 모호하고 불투명해진다.

우리는 모두 경석만큼 좋은 사람이자 나쁜 사람이다.

포스터= 좋은 사람(Good Person)
포스터= 좋은 사람(Good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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