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꽃의 약속, 내년에도 다채로운 꽃으로 만나요!

영화를 제작 및 투자 기준으로 보자면 크게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로 나뉜다. 독립영화는 제작사나 투자자의 자본에 기대지 않고 만드는 영화로 상업영화에 필연적인 ‘이윤추구’라는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덕분에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며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접근이 가능한 분야기도 하다.

물론 상업영화도 예술적일 수 있고, 독립영화라 해서 절대로 이윤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은 없다. 다만, 자본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순간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거대 목적이 발생하기 때문에 표현에 있어 외부의 간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소규모라 해도 영화 제작에는 많은 자본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극장에서 상영해도 될 정도의 독립영화를 찍으려면 비용 절감에 아무리 애를 써도 적은 금액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독립 영화는 제작사나 투자자의 개입으로부터는 자유로울지 몰라도 금전적인 문제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한 마디로 가난하게 찍은 영화다. 모두가 상업영화를 만들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글쎄. 독립영화가 설 자리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영화 시장은 다양성의 빛을 잃고 마침내 활기를 잃어갈 것이다. 영화의 질적, 양적 발전을 위해서도 독립영화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올 해로 9회째를 맞이한 <들꽃영화상>은 설 곳이 좁은 한국독립영화에 심폐소생술을 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독립영화상인 <들꽃영화상> 뒤에는 영화를 향한 애정 하나로 맨땅에 헤딩하듯 여기까지 끌어온 이들이 버티고 있다.

상업영화 또한 침체의 늪 속에서 숨 쉬기 힘들었을 정도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영화 시장을 실의에 빠뜨렸고, <들꽃영화상> 또한 여러 번 위기를 맞닥뜨리기도 했지만 오동진 들꽃영화제 운영위원장과 달시 파켓 들꽃영화상 집행위원장의 고군분투로 고집스럽게 그 역사를 이어왔다.

지난 5월 27일, 녹음이 푸르른 남산 자락에 위치한 ‘문학의 집’에서 제 9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이 있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5월 6일부터 22일까지 ‘들꽃영화제’라는 타이틀을 걸고 예선을 거친 20여 편의 수상후보작들을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관객들에게 무료로 공개했으며, 작년에 이어 올 해도 후보작들의 수준이 높아 심사위원들이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대상 ‘미싱타는 여자들’의 김정영과 이혁래 감독을 비롯, 여우주연상 정애화(갈매기), 남우주연상의 김태훈(좋은 사람) 등, 총 16개 부분에 걸쳐 수상작을 선정한 제 9회 <들꽃영화상>은 2023년을 기약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코로나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야외에서 개최된 첫 시상식이었던 <들꽃영화상>은 시종 진솔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이날치 밴드의 축하공연에 참석자들 모두 흥겨운 박수를 치며 함께 즐기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많은 수상자들이 말을 잇기 어려울 정도로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혔는데, 이는 단순히 수상의 기쁨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간 독립영화를 하며 힘들었던 순간에 대한 위로로 다가갔다는 생각에 코끝이 매웠다.

다가올 2023년은 <들꽃영화상> 10주년을 앞두고 있어 그 의미가 더 각별하다. 독립영화도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는 오동진 운영위원장의 폐막 소감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출품할 곳이나 개봉관을 찾지 못 하면 독립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기회는 희박해진다.

<들꽃영화상>을 독립영화의 심폐소생술이라 부른 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저 예산 이라는 현실 앞에서 작품의 가치를 발굴하고 노고를 다독이는 <들꽃영화상>이 10주년을 넘어서 까지 줄곧 이어져 비단 국내에서만이 아닌 세계인의 독립영화 축제가 되길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들꽃은 비옥하지 않은 땅에서도 혼자 싹을 틔우고 잘 자란다. 또한 그 어떤 꽃보다 다양하고 독립적이며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들꽃의 미덕을 발견하는 이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들꽃이 핀 땅에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화사한 꽃을 더 심겠다는 욕심으로 들을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들꽃의 뿌리가 더 깊어져야 하고 더 많은 들꽃 씨앗이 퍼져나가야 한다. 민들레 씨앗을 들고 후- 하고 입김을 부는 마음으로 들꽃영화상을 응원하며 내년에도 꽃 피우겠다는 들꽃의 약속을 기다려본다.

 

• 대상

- 김정영, 이혁래 감독 <미싱타는 여자들>

• 극영화 감독상

- 이란희 감독 <휴가>

• 다큐멘터리 감독상

- 이승준 감독 <그림자꽃>

• 여우주연상

- 정애화 배우 <갈매기>

• 남우주연상

- 김태훈 배우 <좋은 사람>

• 저예산 장르영화상

- 김혜미 감독 <클라이밍>

• MPA 프로듀서상

- 모성진 프로듀서 <파이터>

• 촬영상

- 김보람 촬영감독 <밤빛>

• 주목할 만한 다큐 - 민들레상

- 변규리 감독 <너에게 가는 길>

• 신인배우상

- 기도영 배우 <정말 먼 곳>

• 각본상

- 정욱 감독 <좋은 사람>

• 공로상

- 강기명 트리플픽쳐스 대표

• 신인감독상

- 김미조 감독 <갈매기>

• 스태프 부문 음향상

- 박용기 IMS 스튜디오 대표 <최선의 삶>

• 조연상

- 김재화 배우 <액션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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