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를 보았다. 전 지구적 스타의 주위에는 이 스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스타는 그 사람들 때문에 결국 죽어간다, 라는 이야기는 새로운 건 아니다.
이 영화가 새로운 건 복잡한 연대기와
다양한 시점을 오가는 그 서술의 탁월함 때문이다.
안타고니스트이자, 이 영화의 서술자인 매니저의 보이스오버로 영화는 시작하지만 영화는 교묘하게 그 서술의 내부에서 엘비스 본인과, 엄마, 아내, 비비킹과 같은 동료 가수들의 관점들을 중첩시킨다.
우리는 매니저의 관점을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매니저는 마치 그 스스로 기획한 거대한 쇼를 보여주듯 엘비스에 대한 모든 사람의 관점을 대행해서 전시한다.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은 현란하고 자유로운 편집이고, 그 편집을 리듬 화 시키는 음악이다.
엘비스라는 이름을 알고, 남진 씨가 많이 입었던 그의 상징과도 같은 의상도 알고, 기타 교본에 있던 그의 <캔't 헬프 폴링 인 러브>도 알지만,
그가 흑인음악으로부터 습득한 에너지로 10 대들을 열광시키면서
백인 보수층 문화를 붕괴시키면서 등장했다는 것,
그것이 록큰롤이라는 장르로 진화해갔다는 것을 배웠다.
재즈에서 리듬앤블루스로 진행하는 흑인들의 강력한 에너지가 컨츄리로 상징되던 백인들의 안온한 일상을 무너뜨린 게 20세기 미국 대중음악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고,
조용필, 서태지, 지디 에서 BTS의 등장까지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것은 열광과 팬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 영화가 주는 울림, 혹은 계시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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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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