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박해일 '한산: 용의 출현'
스틸 컷= 박해일 '한산: 용의 출현'

마침내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 그 웅장한 실체를 드러냈다. 개봉 첫날 관객 38만 동원으로 일단 흥행 청신호가 보인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영화 공개 직 후 평자들의 다양한 리뷰들이 나왔다.

그 가운데 우선 관심을 끄는 주장은 이순신 역의 박해일의 대사가 너무 없다는 지적이었다. 요컨대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뒤집으면 이는 <명량>에서 카리스마 쩔었던 이순신을 볼 수 없어서 아쉽네요, 뭐 그렇게 읽혀진다. 모름지기 조선불패 장군이라면 최민식 정도의 강렬한 포스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들은 텍스트만 보고 컨텍스트는 외면하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한 이순신 장군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명량해전은 이순신이 모함에 의해 체포되어 국문까지 받고 돌아와 보니 그 튼튼했던 판옥선들을 원균 경상우수사께서 다 말아 드시고 고작 12척만 남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시작한다.

군사들의 사기는 바닥이고 반면 왜구들은 기세등등하다. 이때 몸도 맘도 성치 않은 이순신은 어떻게 이 난국을 풀어가야 했을까? 그는 용장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했다. 그래서 그는 부하들을 다독이는 것에서 나아가 군율을 엄격히 하고 솔선수범해야했다.

 

스틸 컷= 최민식 '명량'
스틸 컷= 최민식 '명량'

해전에 임하여 부하들이 주저하며 망설이자 홀로 적진에 뛰어 들어 고군분투했다. 그러한 극한 상황 속에서 카리스마 작열하는 이순신 장군이 요청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산대첩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개전 초라 이순신에 대한 모든 것이 베일에 쌓여있었다. 판옥선도 충분했고, 게다가 정체불명의 비밀병기 구선도 보유하고 있었다. 앞서 작은 해전에서 승리를 거둬 군사들의 사기도 충천했다. 이순신은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저 묵묵히 참모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정보원들의 정보를 취합하여 작전구상에만 몰두했다. 구구절절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적을 적당히 유인하여 일거에 박살내면 그뿐이었다. 요컨대 카리스마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용장이 아닌 지장으로서 박해일의 캐스팅은 적절했다는 것이다.

한편 적장 와키자카는 초반에 탐색전을 펼치다 학익진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어린진으로 정면승부를 펼치던 그는 난데없는 '용의 출현'으로 낭패를 보고 말았다.

영화 <한산>은 이순신 일개인의 용맹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학익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점은 성공적이라고 본다. 김한민 감독이 최민식의 공백을 영리하게 극복한 것 같다. 한산을 더 만끽하기 위해 시간 되면 한번 더 보러 갈 것이다.

포스터= 한산: 용의 출현, 명량
포스터= 한산: 용의 출현, 명량

 

저작권자 © 무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