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영화 전문가의 시선

스틸 컷= 우먼(Woman)
스틸 컷= 우먼(Woman)

 

 

세상, 위대한 절반을 위한 환희

 

스틸 컷= 우먼(Woman)
스틸 컷= 우먼(Woman)

[김선아 기자의 시네마 초대석]  I love being a woman(나는 여성이라는 것이 좋아요).  스크린에 필름이 상영되는 순간 세상의 절반이 외치는 이름, 여성에 대해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인터뷰하는 여성들의 눈 색깔, 머리 색, 문신, 표정, 미소, 풍기는 느낌 등 그녀들의 꾸미지 않은 삶과 조우하게 된다.

영화 <우먼>의 앵글 안에는 어떠한 극적인 서사나 인물간의 드러난 갈등은 없지만 소름돋게 치열한 인간의 진솔한 삶의 민낯을 보게 되며 그 안에서 감동과 깊은 통찰을 얻게 된다.

여자라는 이름은 밥을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며 인터뷰하는 내내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인터뷰하는 자신의 초상을 통해 - 노인의 모습에서 아이의 모습에서 중년의 모습에서 - 여성이라는 한 인류가 처한 상황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프랑스의 사진작가, 환경운동가, 저널리스트인 야니크 아르튀스-베스트랑의 작품답게 여러 장의 사진을 겹쳐 보이듯이 검은 바탕에 세계 여러 나라의 여성들의 컬러감을 돋보이며 자신의 삶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 나간다.

자신은 어떠한 여성이며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그 증언을 통해 여성의 이름으로 부여된 삶의 그 독특함과 경이로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어디 멀리 여행 갈 필요가 없다. 50개국 2,000여 명의 여성들은 기꺼이 인터뷰이가 되어 그들의 호흡과 미소, 특유한 몸짓, 표정을 통해 자신이 여성으로서 사는 모든 것들을 표현해낸다.

처음 월경(생리)을 하는 순간, 여자만이 겪을 수 있는 충격과 생소한 감정을 엿들을 수 있다. 또한 여자가 사랑할 때 어떠한 모습을 보이는지 볼 수 있다. 세상의 절반 여자이건만 여자라서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차별과 성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스틸 컷= 우먼(Woman)
스틸 컷= 우먼(Woman)

물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똑같이 말하지 않는다. 각자 처한 상황과 입장이 다르니 다르게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은 밝은 모습으로, 때로는 눈물을 훔쳐내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여성의 이름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내며 어떠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 알게 된다. 그들은 또한 위대한 여성의 이름으로 어려움들을 어떻게 희망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착취와 보호를 받지 못하고 낙태와 출산을 강요받는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언니, 누군가의 아내인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털어놓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그들의 삶의 증언을 통해 스크린 안의 여성의 삶은 결국 스크린 밖의 관객들과 연결되어 '여성의 삶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집어 말하지 않았던 일들'과 연결돼 공감대를 형성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일상적인 여자의 모습도 별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여자라서’ ‘여자이기 때문에’ 겹쳐보이는 그 공통의 무언가 깊은 울림을 주는 것들과 부딪히기 때문이다.

여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주제들, 성, 육아, 가정, 정체성, 교육, 여성과 사회진출, 섹스, 사랑, 가정 내 폭력, 성매매, 할례 문제 등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인터뷰의 범위도 넓다. 여자들은 삶의 자리에서 각자 처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고 ‘살아내 왔으며’ 위대해져 갔다.

희망을 노래할 수 없는 자리에서 주저앉지 않고 희망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이름, 여성. 그 위대한 삶을 감각적인 색채와 파격적이고 진솔한 인터뷰의 구성으로 러닝타임 108분 내내 관객들에게 감동과 전율, 충격을 주었다.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개인적인 것들이 정치적’이라는 것에 동의하며 세상의 위대한 절반들의 가장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것들에 박수와 환희를 보낸다.

포스터= 우먼(Woman)
포스터= 우먼(Woman)

 

*글쓴이: 전아름  교육학 박사

 

2017년 국민일보 <아버지의 장갑>으로 등단한 바 있고 그룹홈청소년, 대안학교 청소년의 삶과 성장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사회정의교육을 통한 청소년의 행위주체성 신장에 관심이 많다. 2019년 <비판적 실천을 위한 교육학>공저로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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