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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컷= 풀타임
스틸 컷= 풀타임

 

 

영화와 일상의 경계가 무너진 생존 스릴러

 

스틸 컷= 풀타임
스틸 컷= 풀타임

[김선아 기자의 시네마 초대석] 영화 <풀타임>은 어느 재난영화보다 치열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초상이다. 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 쥘리의 일상은 동트기 전 어스름한 어둠부터 시작한다. 직장에 지각할까 봐 전력질주를 하고 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퇴근길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쥘리의 삶은 특별할 것 없는 우리네 삶을 대표한다.

 

 

시간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은 영화가 아닌 일상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같다. 우리네 일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하철 파업, 버스 파업, 택시 파업들이 연신 뉴스에 도배되고,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되는 출근 전쟁, 육아 전쟁, 대출 전쟁, 치솟는 물가 전쟁 등 단 1분 1초도 자신을 위해 온전히 쓸 수 없는 현대인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다.

파리의 5성급 호텔 룸메이드로 일하는 쥘리는 직장도, 육아도, 새로운 직장에 대한 기대도 그 어느 것 하나 놓치거나 삐끗하면 모조리 무너져버리는 아슬아슬한 상태에 있다. 그녀는 달려야만 한다. 절박하게 히치 하이킹하는 쥘리의 모습과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시간에 대한 압박감은 사회적 회색지대에 놓인 약자들의 일상 스릴러를 보여주는 것 같다.

교통 파업으로 대표되는 붕괴된 사회시스템은 워킹맘, 싱글맘인 쥘리를 보호해줄 수도 도와줄 수도 없다. 쥘리의 아이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놀이동산에 가고, 더 나은 삶,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서 쥘리는 몰래 면접에 가기 위해 여느 첩보영화의 스릴만큼이나 급박하게 움직여야 한다.

쥘리는 사회시스템이 붕괴 되었을 때 가장 보호받아야 할 처지이지만 관객들은 쥘리의 삶에 어떠한 희망이나 도움도 없이 고군분투하는 것에 막연함과 절망을 함께 느끼게 된다. 결국 그녀를 돕는 것은 사회시스템이 아니라 쥘리와 같은 처지의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이다.

스틸 컷= 풀타임
스틸 컷= 풀타임

쥘리의 일상은 감당하기 힘든 고됨과 힘듦의 연속이다. 꽉 막힌 것 같은 쥘리의 삶을 두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다 나도 모르게 사이다 같은 쥘리의 행복을 응원하게 되고 두 손 모아 취업을 응원하게 된다.

화장을 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또 고치기를 반복하는 쥘리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워킹맘, 싱글맘의 애환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풀타임>은 장래가 보장되는 더 나은 직장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하루의 출근부터 퇴근까지 직장, 육아, 교통 파업까지 24시간이 모자라게 전력 질주하는 전쟁 같은 풀타임 하루를 의미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소리 지를 법한 육아의 고단함 속에서도 차분히 대처하는 쥘리, 잔혹한 싱글맘의 생존 현실 속에서도 ‘엄마니까, 엄마라서 강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웃고 있는 쥘리의 모습에서 엄마라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생각해본다.

영화는 끝났지만 일상의 스릴러는 이미 시작되었다. 세상의 모든 쥘리가 고군분투하는 전쟁같은 일상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기회들이 많이 주어지길’ 조금이나마 바라본다.

포스터= 풀타임
포스터= 풀타임

 

 

*글쓴이: 전아름 자유 기고가 (교육학 박사)

 

2017년 국민일보에서 <아버지의 장갑>으로 시인으로 등단한 이력이 있고 그룹홈 청소년과 대안학교 청소년의 삶과 성장에 대한 연구를 하였으며, 사회정의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행위주체성 신장에 대해 관심이 많다. 2019년 '비판적 실천을 위한 교육학' 저서에 공저로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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