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에 못 올라가게 막는 한결, 자꾸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다. 고운은 자꾸만 잡동사니로 그득한 집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한결은 한사코 이를 막고 이는 부부간 말다툼으로 번지게 된다.

부부에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최악의 상황만 벌어지고 한결이 언제 범죄를 저지르게 될까? 관객들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게끔 극중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어차피 누구하나 들여다보지 않는 노인의 집, 방 한 칸 절실한… 심지어 아기까지 키우는 젊은 부부가 들어와 사는 게, 어떻단 말인가. 점차 집에 대한 욕망으로 눈을 번뜩이는 ‘고운’.

초반부는 드라마, 가족 극이라고 예상했는데 후반부는 점차 벼랑으로 밀어내는 '요즘세대 기생충 부부'의 심경의 변화를 보고 있노라니 픽션과 논픽션을 가늠할 수 없는 스릴러 장르로 바뀌어 갔다.

'집 없는 현실'에 내던져진 젊은 부부의 삶을 바라보자니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낙심하지 말고 어떻게든 선하고, 착하게, 그리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살아보라'고 이 젊은 부부에게 충고조차 할 수 있을까?

'집없음'이라는,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부부에게, '선과 악' , 그 선택의 기로에 선 부부에게 그 어느 것을 선택한다 할지라도 그들이 처한 현실을 봐왔는데 비난이나 할 수 있을까?

집 없는 자들의 꽉 막힌 현실, 단란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흙수저 부부. 이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불안과 갈등이 증폭되고 이것은 곧, 엄청나게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우리 사회의 ' n포 세대'의 현재 상황과 무척 싱크로율이 높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 '홈리스'는 어린 부부를 앞세워 청년빈곤과 주거 문제를 내세우는 것 같다가도, 연결고리 없이 전혀 다른 주제라고 생각되던 독거노인, 고독사와 같은 시대징후적인 문제들을 끌어내 와서, 이것들이 결코 다른 문제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반 지하에서 인간의 존엄한 삶을 살 수 없는 현실.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만약 모두 집을 가지게 된다면, 아니 집다운 집을 가진다면?!'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지만 이 영화는, 현실에서 우리 모두가 재테크의 수단으로서의 집을 포기한다면,

집이 소유보다는 점거, 대여, 공유의 가치로 전환된다면, 그것이 상상이 아닌 현실로 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 집다운 집을 모두가 갖게 되는 상상이 단지 꿈으로만 그치지 않기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의 '홈리스' 공포가 영화가 끝나고도 잔상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