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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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설경구와 무비톡 본지 기자와 만나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제작 더 램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설경구는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 역을 맡았다.

앞서 설경구는 영화 '불한당'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특히 전날인 11일 진행한 '유령' 일반 시사회에서 팬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감사하다. 환영해 주시는 건 굉장히 힘을 받게 된다. 응원을 해주시면 더 힘이 난다. 반응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니까"라며 "조련은 박해수가 더 잘한다. 어제도 박해수가 함성을 듣더니 '한 번 더 질러주세요'하더라. 저는 그런 거 못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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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설경구는 "수식어에 대한 집착은 없다. '자산어보'도 그냥 사극을 안 해봐서 했던 거다. 멋있는 캐릭터를 하려던 건 아니다" 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설경구는 증량-감량을 오가는 스케줄 속에서도 외모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제가 '박하사탕'을 촬영할 때 32살이었는데, 그때 42살이셨던 박광수 감독님이 촬영장에 오셨다가 저를 본인 연배로 착각하셨다"며 "아마 그때 이미 얼굴이 나이가 들어 보였던 것 같다. 동안이었으면 지금 티가 났을 텐데 이미 그때부터…"라고 농담했다.

일본인 역할인 만큼, 한국어와 일본어 대사를 동시에 소화해야 했다.

설경구는 "저는 대사 전체의 3분의 1정도만 일본어였다. '역도산' 때 한 번 고생을 해봐서 그런지 조금 덜 부담스러웠다"며 "물론 연습은 많이 해야 한다. 발음도 연습하고, 일본어 선생님에게 계속 발음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하고, 현장에서 안 되면 후시 녹음으로 했다. 일본인까진 아니더라도 꽤 괜찮다더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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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본총독 경호대장 카이토 역을 맡은 박해수는 대사 전체가 일본어였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원래 일본 배우가 캐스팅 됐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 오지 못했다"며 "박해수에게 갑자기 제의가 갔고, 2주 안에 그 대사를 외워야 해서 저는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근데 일본어 선생님과 합숙하면서 하루에 10시간 넘게 연습하더라"고 감탄했다. 이와 함께 설경구는 "잔인했던 게, 박해수가 일본어로 혼자 대사하는 식당 장면을 가장 먼저 촬영해야 했다.

다른 배우들은 가만히 앉아있고, 박해수만 왔다갔다 하면서 혼자 떠들었는데 그걸 해내더라"며 "그 기운이 너무 대단해서 박수쳤다. 2주라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어려웠는데 그걸 해내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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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호랑이의 대결이 이런 모습일까. '유령' 속 설경구와 이하늬의 대결은 관객들을 한껏 긴장하게 만든다. 설경구는 이하늬와 액션 신을 찍기 전 그가 다칠까 봐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이하늬와는 화려한 액션 신을 완성했다. 촬영을 앞두고 설경구는 고민을 갖게 됐다. "난 액션을 못한다. 힘으로 하다 보니 잘못 터치해서 이하늬 배우가 다칠까 봐 걱정했다. 내가 통뼈라 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게 설경구의 설명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걱정은 사라졌다.

설경구는 "이하늬 배우는 유쾌하다. 날 편안하게 해준다. 할 일을 했을 뿐인데도 상대가 힘들어하고 인상 쓰면 미안해지지 않나. 이하늬 배우는 전혀 그런 부담을 안 줬다"고 전했다.

설경구가 이해영 감독을 향한 신뢰를 내비쳤다. 

'유령'으로 호흡을 맞춘 이해영은 섬세한 감독이었다. 설경구는 이 감독에 대해 "중심점을 정확히 두시는 분이다. 좌우 대칭도, 위아래 대칭도 똑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자를 쓰면 '좌측에 모자챙 2mm만 내려'라고 한다. 정확한 분이다"라고 했다.

꼼꼼한 이 감독의 지휘 속에서 배우들은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극은 추리물을 닮은 부분과 액션물을 닮은 지점이 있는데 이 감독의 고민이 담겨 있는 듯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설경구는 쥰지의 외적인 면과 관련해서도 노력을 기울였다. 설경구는 쥰지의 군인다운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애썼다. "감독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얼굴에 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말에서는 완벽한 작품을 위해 노력하는 배우들과 이 감독의 깊은 고민이 묻어났다. 설경구는 "제복이 도움을 주는 부분도 있었다. 군복 각이 살아 있더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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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가 '유령'에 끌린 이유를 밝혔다

설경구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유령'에 끌렸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이전의 모습을 반복해 보여주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내가 연기한다는 점은 똑같으니 어쩔 수 없이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시대, 착장이 바뀌면 도움을 받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항일투쟁을 장르물의 느낌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더욱 끌렸다고도 밝혔다. 2021년 개봉했던 '자산어보'도 사극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에 출연을 결정한 작품이었단다.

'유령' 속 설경구는 실제로 이전 작품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쥰지가 어떤 인물인지 쉽게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드는 설경구의 열연은 그의 내공을 짐작게 한다. "팬들의 응원에 힘을 받는다"는 설경구가 자신을 응원하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유령'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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