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진웅
사진= 조진웅

배우 조진웅은 23일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인물이 상황을 끌고 가는 작업에 매력을 느낀다"며 "처한 상황이 격변하는 게 훨씬 재밌고, 이번 시나리오도 그런 부분에 끌렸다"고 말했다.

'대외비'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 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 영화다.

조진웅은 극 중 밑바닥 정치 인생을 끝내고 싶은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 역을 맡아 점차 권력과 악에 물들어 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04. 대외비_조진웅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04. 대외비_조진웅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조진웅은 "생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듯이 뒤로 갈 데가 없었다. 죽더라도 (순태에게) 상처는 내겠다는 근성으로 버틴 것"이라며 "어차피 낭떠러지에 있는 사람이라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지점이 저랑 비슷하다"고 했다.

"제가 뭘 하겠어요. 나이도 있고, 취직할 수도 없고. 갈 데가 없죠. 저는 작업할 때 항상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야지. 그냥 한 번 죽자'라는 생각을 해요. 작품을 한다는 건 외줄을 어떻게 재밌게 타느냐인데, 방심하거나 삐끗하면 떨어지잖아요. 그때 후회하고 울고불고 해봐야 소용없어요."

극의 중심에 해웅과 순태의 갈등이 놓여있는 만큼 두 사람이 마주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특히 극 후반부 사람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국밥집에서 두 사람이 테이블 하나를 앞에 두고 주고받는 대화는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해당 장면에서 해웅의 얼굴에는 땀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리는데, 일각에서는 '조진웅은 땀까지 연기해낸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정치, 국회의원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건 정의에 대한 메시지다. 조진웅은 "그게 없어서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다. 처음에는 한 인간이 정의롭게 지역을 살리기 위해 시민들과 교감을 하는데 그랬던 사람이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려낸다.

대외비_조진웅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외비_조진웅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보통은 자신의 인생이 타의에 의해 고꾸라지게 되면 포기를 했을 텐데 '해웅'이는 끝까지 간다. 저라면 그렇게까지 못했을 텐데 '해웅'은 돌아갈 수 없는 인물이었다."라며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진웅은 국회의원 후보로 유세 연습을 하는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엄청난 클로즈업으로 뚫을 듯한 눈빛과 함께 표를 주지 않으면 쫓아올 것 같은 분위기로 좌중을 압도하는 연설을 쏟아냈던 조진웅은 "정말 힘들었다.

소통을 하며 진행하는 강연이나 발표와 일방적으로 주장해야 하는 유세 연설은 완전히 달랐다. 유세를 평소에 해본 적이 없어서 문구도 제 말투에 맞게 조금 변형을 했고, 지역에 대한 문제점, 방향 제시,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설득으로 문장을 패턴회 시켜서 달달 외웠었다.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 2년 전에는 촬영이 끝난 뒤에도 줄줄 읊어지는 정도였다."라며 기억에 남는 준비과정을 밝혔다.

대외비_조진웅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외비_조진웅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가 연기한 '해웅'은 거의 20여 년을 정치계 아주 밑바닥부터 생활하며 국회의원 금배지를 걸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인물이었다.

이번에는 꼭 당선이 될 거라는 부푼 꿈도 있었고, 그토록 꿈꾸던 국회의원이 되면 정말 정의롭게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지도 있었던 인물이었다. 조진웅은 "초반 '해웅'이 가 해운대 시민들을 위해 발로 뛰며 열정적으로 일하던 모습이 꼭 필요했다.

실제로 정의 구현을 자신이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줘야 나중에 그 기세가 꺾였을 때 반동을 일으키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하며 캐릭터가 초반에는 일반적인 정치 드라마 속 인물처럼 정의 구현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었던 인물임을 강조했다.

대외비_조진웅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외비_조진웅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랬던 인물이 '순태'로 인해 의도치 않게 인생이 틀어지며 점점 생각지도 못했던 삶을 살게 된다. 어쩌면 '해웅'에게 마지막 기회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순태'와의 맞대응 장면을 통해 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야 만다.

조진웅은 이 장면이 영화의 영화 제목인 'The Devil's Deal(더 데빌스 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며 "영화 속에 출연하는 인물들이 각자 저마다 절대악 앞에 어떻게 하는지가 보인다.

그 장면을 보며 어떤 이들은 자신과 비슷하다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나라면 절대 안 할 짓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많은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다."라며 의미를 담았다.

대외비_조진웅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외비_조진웅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조진웅은 "보통 촬영을 하고 난 다음에는 쉽게 분위기에서 빠져나오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빠져나오기가 힘들더라. 많이 허탈하고, 씁쓸했다. 혼잣말로 '뭣 같네'라고도 했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영화 속 캐릭터에게서 배우는 게 많은데, 이번에는 악에 무릎을 꿇거나 힘 앞에 좌절하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이 작품의 의미를 밝혔다.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 행동파 조폭 필도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쟁탈전을 그린 범죄 드라마 ‘대외비’는 3월 1일 개봉한다.

 

저작권자 © 무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