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_박하선 배우_라운드 인터뷰 사진 09_제공 (주)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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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시 중구 회현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감독 김희정) 주연 배우 박하선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고 폴란드 바르샤바로 떠난 명지(박하선 분)와 같은 사고로 동생을 잃은 지은(정민주), 단짝 친구와 이별한 해수(문우진)가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날 박하선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캐스팅 비화를 묻자 “미팅 때 김희정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감독님이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을 보셨고 거기서 저를 봤다고 하시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_박하선 배우_라운드 인터뷰 사진 09_제공 (주)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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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하선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난 자신의 동생을 언급했다. 

그는 "동생이 발달장애를 앓고 있어 '누나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등의 말들을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하늘나라에 가고, 먼저 보내게 되다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감정이 해소가 안 되고 후회하는 마음만 가득했는데, 극중 '누나 밥 잘 먹어' 하는 대사가 마치 동생이 내게 해주는 얘기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제 이름이 특이하다 보니 제 이름 쓰면 많이 아시니까 식당 예약이든 어디든 제 동생 이름을 아직도 쓴다. 방송에서도 미술관에 갔는데 방명록에 동생 이름 남겼다.

동생이랑 전시회도 많이 다녔다 보니 그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동생 이름을 남겼는데, 그 모습을 인상 깊게 보셨다더라”라고 전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_박하선 배우_라운드 인터뷰 사진 09_제공 (주)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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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에서인지 촬영을 할 때도 눈물을 달고 지냈다. 박하선은 "마지막 편지 장면만 되면 눈물이 났다. 앵글을 바꿔가면서 테이크를 매번 다시 갔어야 했는데, 그 때마다 매번 울었다"면서

"편지 내용이 눈물버튼이어서 연습 때보다 더 감정이 잘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명지같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친구가 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연찮게 제 방송을 보셔서 캐스팅 하게 됐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계속 (방송에) 나와야하는구나, 예능의 힘을 느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하선은 “은근히 영화 감독님이나 드라마 감독님들이 예능프로그램을 많이 보시더라.

저도 예능 때문에 작품에 캐스팅 된 적이 많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도 ‘강심장’으로 캐스팅 됐고,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은 케이블 예능프로그램을 보시고 제가 출산 후 쉬고 있을 때 캐스팅 제의를 주셨다. 그걸 보고 예능의 힘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_박하선 배우_라운드 인터뷰 사진 09_제공 (주)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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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통해 호흡을 맞춘 전석호에 대해서는 "석호 선배님과는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고, 편하게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면서 "선배님과 베드신이 있는데 저는 감정적인 부분이, 감독님께서는 섹슈얼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의견이 엇갈렸다. 그 때 선배님이 오셔서 중재를 해주셔서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17년 류수영과 결혼 후 딸을 낳은 뒤 박하선은 주로 아내, 어머니로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 많이 출연해왔다.

이에 박하선은 "처음에는 멜로나 로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연기를 한 두해 하고 안 할 게 아니다보니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고 저런 역할도 할 수 있구나' 받아들이게 됐다. 후회하거나 아쉬운 마음이 들기보다는 작품의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20대 때는 몰랐는데, 생활하면서 사는 게 도움이 되는 거 같다. 일을 안 하고 있어 생기는 서러움도 도움이 되더라. 그걸 깨닫고 나서는 아이랑 놀고, 쉴 때 더 잘해주고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뻘짓'을 해도 도움이 되고, 힘든 일이 있어도 도움이 되고, 이번에도 동생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감정이 도움이 되더라. 힘든 것도 다 일에 써먹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_박하선 배우_라운드 인터뷰 사진 09_제공 (주)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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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이를 낳고 나니 내 삶이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아침에 촬영장을 가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이젠 새벽에 나가도 공기가 새롭고, 밤 늦게까지 밖에 있어도 좋다.

현장에 이상한 사람이 보이면 기분이 안 좋았는데, 이젠 누군가의 아빠, 자식이라고 생각하니 괜찮아지더라"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다. 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케어하면서 개인시간이 채워지고, 울적했던 마음이 없어져서 좋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다양한 드라마, 영화에서 여러 캐릭터를 선보였던 박하선은 후회되는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20대 때에는 경찰 역할을 맡으면 '경찰은 해봤으니 당분간 경찰은 안 할거야'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같은 경찰이라도 계급이나 성격이 다 다르지 않나. 사극도 '동이'만큼 좋지 않으면 안 하겠다고 하다가 놓친 작품이 많다. 지금은 기준을 두지 않고 제가 재밌으면 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고백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_박하선 배우_라운드 인터뷰 사진 09_제공 (주)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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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그럼에도 해보지 못한 역할이 많다. 제가 똑똑한 편인데, 의사나 검사, 변호사는 안 시켜주시더라. 그래도 최근에 '듣고 보니 그럴싸'에서 검사 역할을 해보긴 했다"면서 "제가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대본도 이틀이면 다 외운다.

 

그런데 제가 어리버리한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그런 전문직은 안 맡겨주시더라"고 웃었다.

박하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무대 연기에 대한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학생 때하고 20대 때 연극 했었는데, 연극을 하고 나면 충전되는 느낌이 들어서 해보고 싶었다.

얼마 전에도 출연할 예정인 연극이 있었는데, 내부 사정으로 엎어졌다. 배우로서 다시 배워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아서 연극을 조만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하선은 이날 촬영을 하면서 노력했던 점에 대해 "극 중 샤워씬이 나오는데, 원래는 바스트로만 잡히는 걸로 돼있었다. 그런데 그 장면이 타이트하게 잡히고 끝나는 게 아쉬울 거 같더라.

그래도 옆, 뒷모습 정도는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씀을 드렸더니 감독님께서도 좋다고 하셔서 그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면서 "베드신도 있다보니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_박하선 배우_라운드 인터뷰 사진 09_제공 (주)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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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상황이다보니까 명지에게는 살이 빠진 모습이 어울릴 거 같아서 체중 감량을 했다"면서 "감독님께서 학교 교수님이다보니 방학 때만 촬영할 수 있었다.

봄방학 때와 여름방학 때 찍었는데, 5개월 동안 체중을 계속 유지해야했다. 남편한테도 힘들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랬다면서 이해해줘서 고마웠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남편 류수영은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꾸준히 요리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에 대해 박하선은 "사실 체중 관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만든 요리를 맛만 봐주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걸 계속해서 먹어야 했다"고 남모를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맛있을 때 먹으면 좋지만, 테스트를 할 때는 맛이 없어도 먹어야 한다. 주변에서는 '남편이 요리해줘서 좋겠다'고 하지만, 사실 이런 고충이 있다"면서 "요리를 매번 다 먹을 수가 없다보니까,

주변에 말씀드리면 샵으로 제가 배달을 가기도 하고, 동네에 친한 분들께 배달을 가기도 한다. 그렇게 나눠드리면 많은 분들이 좋아하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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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에서 동료 배우들을 만나고, 작품과 사는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 그는 “‘동료들에게 칭찬을 건네고, 그들을 알아가며 좋은 영향을 받는다.

때론 뜨겁게 일하는 배우들을 보면 부러움이 들 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꾸준한 자극이 된다”라고 털어놨다. 어느덧 18년간 배우로 살면서 영화가 가진 마법 같은 힘을 실감한 적이 있는지 묻자 “영화는 결국 재미인 것 같다.

아이가 잠들면 영화 한두 편 보고 자는 게 삶의 낙인데, 어디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여러 세상과 마주할 수 있다”라며 “저마다 각자의 삶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세상에 더 따뜻한 이야기가 많아지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7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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