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 김상민 기자] 2일 오후 2시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는 뮤지컬 ‘영웅본색’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유준상, 민우혁, 한지상, 박영수, 이장우, 최대철, 박민성 등이 참석했다. 뮤지컬 [영웅본색]은 의리와 배신이 충돌하는 홍콩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자호와 자걸 형제, 그리고 마크라는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진정한 우정과 가족애를 담아낸 작품이다.

홍콩의 중국 반환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올라 암울하고 불안했던 1990년대 당시의 분위기를 그려낸다. 이런 사회 속에서 명예, 의리, 희생, 우정이라는 가치관을 통해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 <영웅본색>. 영화는 슬로우 모션에서부터 빗속의 현란한 총격전, 감상적인 음악 등을 사용해 남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뮤지컬 역시 다르지 않았다. 

주요 장면을 시연하는 이날 프레스콜을 보면서 가장 눈에 띈 건 '무대'였다. 여느 뮤지컬들과 달리 실물 무대세트보다는 거대 화면으로서의 홍콩을 표현했다. 스피드 있게 변하는 무대배경 때문인지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쫄깃쫄깃한 속도감이었다. LED 스크린은 단면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천장을 3분할하여 입체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뮤지컬은 범죄자인 자호와 경찰인 자걸 형제, 자호와 의형제를 맺은 마크와 이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아성 등 ‘영웅본색’ 1편의 등장인물이 그대로 등장해 원작 스토리를 최대한 따라간다. 

여기에 ‘영웅본색’ 2편의 사건도 적절히 차용해 원작의 향수를 잘 느낄 수 있도록 극을 구성했다. 트렌치코트를 입은 마크가 돈에 불을 붙여 담배를 태우는 장면 등 영화 속 명장면도 적절히 오마주했다. ‘당년정’ ‘분향미래일자’ 등 ‘영웅본색’ 1편과 2편의 주제곡을 넘버로 활용한 점도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원작영화의 팬이라면 배우 적룡(자호 역), 주윤발(마크 역), 장국영(자걸 역)의 강렬한 캐릭터를 계속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배우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최대한 자신만의 색깔로 연기에 임하고 있었다. 극중 유준상과 민우혁은 조직의 배신으로 3년간 복역 후 손을 씻고 새로운 삶을 사는 송자호 역을 맡았다.

한지상, 박영수, 이장우는 경찰대를 졸업하고 형사가 되었지만 형을 경멸하는 송자호의 동생 자걸 역을 연기한다. 또 최대철과 박민성은 배신당한 자호의 복수를 하다 절름발이가 되어 조직에서 퇴물 취급을 받는 마크로 분한다.

브라운관을 통해 많은 연기를 선보여온 배우 이장우는 이번에 또 다른 송자걸 역을 맡으며 뮤지컬에 첫 발을 내디뎠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뮤지컬하기 전엔 드라마와 똑같은 연기 아닌가 했는데 와보니 장난이 아니었다"며 "뮤지컬과 매체(TV) 연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말 뮤지컬 배우들을 존경한다.

저도 치열하게 공연하고 있는데, 이 배역을 하면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다른 송자호 역의 민우혁 배우는 "1990년대 남성분들에게 충격을 줬던, 진한 감성을 줬던 작품이잖나. 그런데 뮤지컬 관객 대부분이 보통은 여성분들이라 걱정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서 "과연 여성 관객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현대식으로 재탄생 하면서 여성 관객분들께서 많이 공감해주시더라. '의리'라고 하면 남자들의 상징이었는데, 지금은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공통된 감정이구나 생각했다.

"다소 무거운 이야기지만 유쾌한 신도 있다. 문성혁 배우가 연기하는 견숙 역은 원작과 다르게 표현된 인물로, 극에 웃음과 휴식을 준다. 문성혁 배우는 "영화 색깔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휴게소 같은 역할을 견숙이 하고 있다"며 "제가 그 시절 마이클 잭슨의 광팬이어서 연출가님께 마이클잭슨 춤 코드를 넣는 게 어떨까 말씀드리고 합의하에 넣었는데 그때부터 굉장히 활기를 띤 것 같다"고 밝혔다.

마크 역의 박민성 배우은 트렌치 코트에 성냥개비 등등 향수를 부르는 요소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 '당연정' 노래를 현장에서 라이브로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뮤지컬을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유준상은 작품에 대해 “영화 같은 뮤지컬”이라고 소개하며 “템포가 빨라서 반복적으로 연습을 했다.

뒤에 스크린이 수도 없이 변한다는 이야기만 듣고 '과연 이 무대와 함께 우리가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 자체가 템포가 빠르기 때문에 뒤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며 한 편의 영화를 만들 듯이 하고 있다. 관객 분들이 잘 보고 계시는 걸까 걱정되기도 했는데, 커튼콜 때 관객분들이 열광해주셔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영웅본색>은 남성들의 의리를 그린 작품인데 ‘여성이 다수인 뮤지컬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민우혁은 “처음 시작할 때는 ‘여성 관객들이 남자들의 진한 우정을 공감하실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공연을 하며 관객들이 많이 공감을 해주신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의리가 남자들의 상징이었는데, 2020년인 지금은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공통된 생각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저희가 아무리 멋있으려고 노력해도 봐주시는 분이 그렇게 안 봐주시면 안 멋있는 것이지 않나. 다행히 첫 공연 때부터 지금까지 등장 때 많이 박수를 쳐주셔서 '공감을 해주고 계시구나'라는 생각에 감사하고 있다”라고 미소 지었다.

뮤지컬 '영웅본색'은 홍콩 느와르 시초로 꼽히는 동명의 영화 1편, 2편을 각색한 작품으로 의리와 배신이 충돌하는 홍콩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송자호, 송자걸, 마크라는 세 명의 인물의 서사를 통해 진정한 우정, 가족애 등 삶은 본질적인 가치를 그린다. 

유준상·임태경·민우혁이 자호 역, 한지상·박영수·이장우가 자걸 역, 최대철·박민성이 마크 역으로 출연한다. 이들 외에도 김대종, 박인배, 제이민, 송주희, 유지, 이정수, 선한국, 문성혁 등이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영웅본색]은 3월 22일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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