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 김상민 기자] 30일 오후 '여명의 눈동자'(연출 노우성) 프레스콜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시연 후 이어진 간담회에는 노우성 연출, 작곡가 J.ACO, 배우 오창석 온주완 테이 최우리 김지현 박정아 마이클리 이경수 정의제 한상혁(빅스 혁)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제작된 창작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소설가 김성종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극화한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의 세월을 겪어낸 세 남녀의 지난한 삶을 통해 한민족의 가장 가슴 아픈 역사와 대서사를 담아냈다. 

원작인 동명 드라마는 1991년 MBC에서 방영돼 최고 시청률 58.4%를 기록하는 등 국민 드라마로 사랑 받았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후반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 세월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 제주 4·3 등 우리의 아픈 역사를 응축한다. 일본군 위안부 '여옥', 조선인 학도병 '대치', 군의관으로 전쟁에 끌려온 '하림' 세 남녀의 삶을 통해 비극적 현대사를 돌아보게 한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규모에 맞춰 오케스트라를 재편성하고 역동적이면서 장대한 스케일의 무대 세트 및 영상을 준비한 ‘여명의 눈동자‘는 드라마틱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초연에 함께 한 김지현, 테이, 이경수부터 새롭게 합류한 박정아, 온주완, 마이클리,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는 오창석, 한상혁까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먼저 중국 남경 부대의 정신대(위안부)로 끌려가 대치와 하림을 만나 질곡의 세월을 보내는 윤여옥 역으로는 김지현, 최우리, 박정아가 열연하며, 일본군으로 징용된 남경 부대에서 여옥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지만 버마 전투에 끌려가게 되면서 여옥과 헤어지는 최대치 역에는 테이와 온주완, 오창석이 무대에 오른다.

또 동경제대 의학부 출신의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여옥을 만나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는 장하림 역은 마이클리와 이경수가 출연하고, 대치와 학도병으로 함께 징병 돼 끝까지 우정을 지키는 권동진 역은 정의제와 한상혁(빅스 혁)이 맡아 무대에 오른다.

이 외에도 최두일 역의 조태일, 윤홍철 역의 김진태, 조남희, 동진 모 역의 임선애, 유보영, 김기문 역의 이기동까지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여명의 눈동자'의 감동을 생생히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그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공연장 문만 넘어가면 그 시대의 이념 갈등이 똑같이 벌어지고 있어요.

사실 그대로 현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역사를 직시하면서 알고 있는 만큼, 생각하는 만큼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것이 예술하는 사람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노우성 연출은 작품을 올리는 소감을 이렇게 밝히고 "이념 갈등의 출발이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노 연출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에 대해 "구조적인 부분이나 콘셉트는 초연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초연 때처럼 관객이 가까운 곳에서 역사의 현장을 생동감 있게 관람할 수 있게 고민했다"며 "대극장 무대의 깊이를 끝까지 이용했고, 배우들은 역사 현장을 실감 나게 전달하기 위해 짧은 시간에 굉장한 거리를 뛰어다니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무대를 보면 비스듬하게 경사져 있다. 무대 안쪽 끝까지 거리가 꽤 길어 보인다. 다양한 시공간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과 앙상블 군무를 역동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구조다. 또 무대 앞쪽에 만든 계단에서 배우들이 연기해 관객과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졌다.

'여명의 눈동자' 음악을 만든 J.ACO 작곡가는 "초연 이후 1년 간 재정비를 하는 과정에서 오케스트라적인 편곡과 수정을 많이 했다. 특히 가사와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고 싶었다. 큰 울림을 전달하기 위함"이라며 특별한 변화를 소개했다.

주인공 여옥 역을 맡은 김지현은 2년 연속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운명처럼 거절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작품이 됐다"며 말문을 연 김지현은 "힘든 공간인데도 관객 여러분들이 잘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이야기를 나눠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테이는 초연에 이어 또 한 번 '여명의 눈동자'에 도전했다. 초연에서는 하림 역을 맡았던 그가 이번에는 최대치 역을 맡아 변신했다. 테이는 "초연에는 하림 뿐만 아니라 역사적 배경에 대해 많이 공부하면서, 대치라는 인물이 참 이해 받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이 많이 가더라"며 "새롭게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제의를 받고 최대치를 선택했는데, 결국은 외롭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데뷔하는 오창석은 "드라마, 매체 작품만 하다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며 "3, 4년 전에는 뮤지컬 제의가 왔을 때 자신이 없어서 고사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이 이렇게 영예로운 극장이고, 여기서 무대를 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인 줄 초반에는 몰랐다. 알아가며 하다 보니 뮤지컬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며 "작품에 폐가 되지 않게 노력하려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온주완은 "어릴 때 봤던 드라마로 ‘여명의 눈동자‘를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드라마 속 최재성 선배님과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나만의 색깔을 고민했고, 다행히도 저와 테이, 오창석이 표현하는 대치 역이 각각 다르게 나왔다"고 전했다.

빅스 멤버인 한상혁 역시 처음으로 뮤지컬 도전에 나선다. 한상혁은 "다양한 도전을 하고 경험을 하고 싶어 용기를 가지게 됐다"며 "작품성도 좋아서, 첫 뮤지컬로 의미 있는 작품이라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극에 이어 또 한 번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품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역사적 아픔이 담긴 제주도의 이야기를 나를 통해 알릴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또, 저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이 역사적 사실을 모를 수 있는 나이 대라는 생각이 들더라. 진심을 다해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작 드라마의 서사를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을 배경으로 한 '여명의 눈동자'는 그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세 남녀의 지난한 삶을 통해 한민족의 가장 아픈 역사를 담아낸 작품이다. '여명의 눈동자'는 23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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