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지금, 만나러 갑니다

'비의 계절'에 그녀가 왔다.

아이를 낳고 홀연히 ‘아카이브’별로 떠난 그녀가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돌아왔다. 기적적으로 다시 만난 엄마와 아빠는 처음 사랑하게 되었던 순간의 추억을 나누고 새롭게 사랑을 시작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로 꼽히는 이치카와 타쿠지의 동명의 밀리언셀러를 원작으로 탄생했다.

2003년 발표된 판타지 연애 소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당시 10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엄청난 인기를 받았다. 2004년 일본 출판 시장이 낳은 7권의 밀리언셀러 중 한 권으로, 침체되어 있던 일본 출판 업계에 활기를 불어 넣었던 소설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2004년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가 제작되었고, 개봉 당시 폭발적인 흥행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의 흥행 바람과 함께 원작 소설도 꾸준한 사랑을 받아 누적 판매 부수 160만 부를 넘겼을 뿐만 아니라, 이듬해 2005년에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다.

또 한, 영화 속 ‘유우지’가 절대 손에서 놓지 않던 그림책이자 이치카와 타쿠지의 또 다른 저서인 ‘꼭꼭 기억해줘-아카이브 별이야기’까지 별도로 출판되어 주목을 받았다. 2005년에는 국내에도 개봉되어 국내 영화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생 로맨스로 손꼽히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 3월 개봉한 손예진, 소지섭 주연의 국내 리메이크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개봉해 237만 관객을(2018년 4월 4일 기준)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해 다시 한 번 원작의 힘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국내 리메이크작의 개봉으로 더욱 재개봉 요청이 쇄도했던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2년 만에 스크린으로 귀환, 또 한 번 아름답고 행복한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채화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영상에서 가슴시린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당탕탕~퉁탕~” 아침 출근준비, 등교준비로 두 남자가 서투른 주방일로 집안이 난리도 아니다. 1년 전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를 저 세상으로 보냈지만 아빠(아이오 타쿠미(나카무라 시도)는 달걀 후라이도 예쁘게 만들지 못하고 일상생활 모든 것이 서투르기만 하다.

그런 아빠를 보는 아이오 유우지(다케이 아카시)는 세상 걱정이 많다. 아직 엄마 품이 그리운 유우지는 매일 엄마(아이오 미오(다케우치 유코)를 그리워하며 빨랫줄에 인형을 거꾸로 매다는 의식을 한다. 옛날부터 이렇게 하면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는 전설 때문이다. 그런 유우지를 친구들은 미신이라며 이상한 아이라고 뒤에서 수근 댄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엄마가 돌아올 수 있게 ‘비의 계절’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드디어 하늘이 열리고 비의 계절이 시작되는 날 둘은 숲속 비밀장소로 간다. 참방참방 빗길을 뛰어가는 유우지 뒷모습에서 엄마를 만날 기대감으로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오래된 물건들로 뒤죽박죽 널브러진 우물가 옆 낡은 문가에 거짓말처럼 엄마가 앉아 있다.

반가움에 다가가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빠는 모든 상황을 이야기하고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내가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다는 것이 미오는 어리둥절하고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사진과 이야기를 듣고 이들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이였던 둘의 짝사랑은 시작된다. 육상 유망주였던 아이오 타쿠미는 뛸 때 제일 행복하지만 예기치 않은 희귀질환으로 좋아하는 육상도 곱게 간직하던 미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접으려 한다. 이런 상황을 알리없는 미오는 타쿠미의 싸늘한 행동에 상처를 받는다.

“나를 좋아할까? 아냐 그럴리 없어..,” 망설이고 망설이다 둘의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간다. “누구든 조금씩 용기를 내봐”라고 말하고 싶은 답답한 순간이 연속적으로 흘러간다. 결국 미오의 결단으로 이 둘은 소소하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게 된다.

비의 계절이 끝나고 이별의 순간 미오는 “당신 곁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해”라고 말하며 나뭇잎에 떨어지는 물방울로 인해 일렁이듯 아지랑이처럼 아련히 사라진다. 밀려오는 물결처럼 가슴 잔잔하게 다가온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짝사랑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여 일상의 여유를 만들어 준다.

 

저작권자 © 무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