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소울
스틸 컷= 소울

요즘 들어 특히 자주 드는 생각이다. 난 소위 말하는 인생의 ‘노잼시기’에 들어서 있는 모양이다. 뭘 해도 재밌지가 않고, 그저 단조롭고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슬쩍 비칠 때마다 불만이다.

이게 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이라고 핑계 아닌 핑계로 위로도 해보지만, 정작 뭐가 문제인지는 내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루하루를 그저 그렇게 일상을 보내던 중, 우연히 영화‘소울’의 한줄 평을 보게 되었다.

‘삶에 지친 당신을 위한 영화’

어디선가 본 듯한.., 대충 끄적거려 놓은 듯한 카피라이터의 글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마 요즘 내 상황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영화가 개봉한 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극장을 찾았다.

픽사의 작품이 으레 그렇듯, 이번 영화도 단편영화 ‘토끼굴(Burrow)’로 시작했다. 어딘지 모르게 ‘지브리 스튜디오’가 생각나는 작화의 귀여운 동물들, 아기자기하고 버라이어티 한 땅 밑 생활을 보고 난 금세 빠져들었다. 단편이 끝나고 시작되는 본편, ‘소울’이 시작 되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감상을 뭐라고 말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영화의 뛰어난 색채와 영상미, 음악은 잠시 뒤로하고, 뛰어난 상상력은 돋보이지만 신선할 것 없는 스토리, 누구나 예측 가능한 결말 등은 여태 봐온 영화들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고 난 후는 너무나 달랐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 세상을 좀 더 다른 시선으로 보고 싶었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었고, 괜시리 주인공 ‘조’를 따라하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난 계속해서 생각했다. ‘내 불꽃은 무엇일까?’ 하지만 이런 생각이 후반부에 가서 차츰 사그라들고, 나를 투영한 것만 같은 ‘22번’의 고군분투에 응원하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생활하며 어느 샌가 자신도 모르게 생긴 불꽃,

끝날 때 까지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지만, 아마 감독은 이것을 의도하지 않았을까 싶다. 훌륭한 위인들이 나오며 멘토로서 불꽃을 만들어주려는 모습이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그려지지만, 그들도 인간임을 보여주고,

‘삶의 목적, 삶의 이유’ 그것을 쫒다가 결국 진정한 ‘삶’을 즐기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안타까웠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 중간 쯤, ‘도로시아‘가 말하는 ’바다와 어린 물고기‘의 이야기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재밌는 부분 이였다.

바다를 원했지만 결국 자신이 있던 물이 바다였다는 이야기.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말임과 동시에 어딘가 픽사 답지 않은 모습 또한 보였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조와 22번이 함께 손을 잡고 지구를 향해 뛰어 내릴 때 22번을 바라보던 조의 얼굴에서 나는 아무 대사 없는 그 장면, 그 조용한 침묵 속에서 격렬한 외침을 들었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마치 나에게 직접 말하는 것 같았기에. 인생과 존재한다는 것. 굉장히 철학적인 내용과 이번에는 정말 어른들만 보라고 작정하고 만든 애니메이션‘소울’은 지친 나를 위로해준 영화였고, 활기를 불어 넣어준 고마운 영화였다. 재즈의 거장 ‘조지 거쉰’의 말이 생각이 난다. ‘삶은 재즈와 닮아있다. 즉흥적일 때 가장 아름다우니까.’

포스터= 소울
포스터=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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