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연우진, 김종관 감독과 두번째 호흡.

연우진 /사진제공=앳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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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연우진이 영화 '아무도 없는 곳' 개봉을 앞두고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갖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이 낯선 사람들과 만남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연우진은 극중 창석 역을 맡았다.

배우 연우진이 '상실'의 감정을 위로해줄 영화 '아무도 없는 곳'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그는 인터뷰 내내 김종관 감독과의 작업에 남다른 의미와 애정을 부여했다.

"'더 테이블' 때 받은 것을 돌려드리려는 마음으로 임하려 했는데 외려 더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하는가 하면, "감독님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은 바쁘게 살아온 삶의 순간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지난 2009년 데뷔해 올해 13년 차 배우가 된 연우진은 "연기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찾지 못하고 가면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잠깐 좀 멈춰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을 때 이 작품이 찾아왔다"며 "'아무도 없는 곳'은 삶에 대해 물음을 던져주는 영화"라면서 "제 삶을 매만져 주는 영화이고 지금 제가 느끼는, 갖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 물음을 던져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우진 /사진제공=앳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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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우진은 "찍어 놓은 작품도 두개나 있다. 순차적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로 공개 석상에 나선 건 '출국' 이후로 3년 만인 것 같다. 조심스럽고, 모든 사람들과 같은 마음이다.

이 시국이 빨리 지나서 적극적으로 어필하면서 많은 분들과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우진은 2주 전에 극장에서 '아무도 없는 곳'을 처음 봤다고 고백했다.

그는 "감독님 작품이 글로 봤을 때 느낌 보다 영화 완성됐을 때 느낌이 달라서 '이게 이런 작품이었나' 생각할 정도로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라"며 "감독님과 '더 테이블'도 같이 했지만 그때 받은 걸 이번에는 제가 드린다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했는데 좋은 작품을 선물로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이고 안 좋은 감정에 잠식된 게 많았는데 기분 좋은 걸 오랜만에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가 창석 역을 제안 받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연우진은 "이건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건데 제가 다른 이의 얘길 잘 들어줄 것 같다고 하시더라"며 "'더 테이블' 때 저를 보시면서 많은 걸 느끼셨다고 하더라"면서 "사실 그렇다.

제가 얘기하기보다 듣는 게 편하고 익숙하고 말도 없는 편이다. 말할 때도 에둘러 표현하는 그런 스타일인데 저의 그런 성격을 잘 알고 계시니까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의 배우를 찾다가 성향과 비슷해서 맡겨주시지 않았나 했다"고 덧붙였다.

'아무도 없는 곳'은 창석의 관점에서 '상실'을 품은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연우진은 "이 영화는 상실과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위로를 하는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시나리오에는 지문이 짧고 공백과 여백이 컸다"면서 시나리오를 읽었을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해야겠다 생각도 감독님이 의도했던대로 정확히 표현하고 싶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게 제 나름의 연기 철학"이라며 "감독님과 작품이 요구하는대로 정확하게 잘 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매번 그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연우진 /사진제공=앳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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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연우진은 "김상호 선배님하고 연기할 때 리딩을 한 번 하고 현장에서 연기를 했다"며 "김상호 선배님의 눈을 보고 있으니까 감정이 북받치더라. 저다운 모습을 자제하려 감정을 억눌렀는데도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이어 "극 중 이야기처럼 건강을 잃어가는 누군가를 보면서 그 사람에 대한 소중함, 건강했을 때의 그리움, 그때의 추억을 돌이켜 보니까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나 한다"라며 "제 나이대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였는데 그때 감정을 억눌렀다.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면서 "영화를 볼 때도 울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 털어놨다. 또 영화에는 배우 이지은으로도 활동 중인 가수 아이유도 등장한다. 아이유는 극 중 시간을 잃은 여자 미영 역으로 열연했다. 김종관 감독과는 넷플릭스 영화 '페르소나'의 '밤을 걷다'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아이유와의 호흡에 대해 연우진은 "이지은 배우 같은 경우엔 처음 만나자 마자 미영으로 다가왔다. 너무 놀랐다"며 "제가 뵌 적은 없지만 나름 갖고 있는, '이 배우는 이럴 것이다'를 깨부순 첫 인상이었다"고 회상했다. 

연우진은 이어 "처음부터 끝까지 미영의 모습이었고 기본적으로 내재돼 있는 힘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 속에 단단함이 느껴졌다"며 "처음 연기를 할 때 강하게 펀치를 맞은 느낌이 들어서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생각하면서 긴장이 풀렸다"고 털어놨다.

또 연우진은 "(아이유와) 케미라기 보다는 어머님과 보내는 시간을 생각했다"며 "이지은 배우가 창밖을 바라보는데,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공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의 임팩트가 강하게 다가오더라"면서 "감정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연우진은 연기를 위해 비워내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창석이 영화를 이끌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누군가의 시점으로 보는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생각"이라며 "네 분의 배우들이 영화적인 색감을 보여주신다고 생각해서 저는 도화지 같은 존재가 돼야겠다 생각했다.

제가 연기를 했다기 보다는 네 배우의 훌륭한 연기를 본 기억이 크다"고 털어놨다. 이어 "창석이 저와 닮은 부분도 있지만 배제하려고 한다.

저는 그저 감독님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고자 했다"며 "그래서 연기할 때 연우진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습관이 나오지 않을까 주의를 기울이면서 날것처럼 보이려고 포인트를 잡아가면서 했다. 최대한 연우진스럽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우진 /사진제공=앳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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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진은 그간 배우로서 바쁘게 활동해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는 연기자로서 바쁘게 지내왔던 것 같다. 어쨌든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겠지만 시야가 좁아지기도 한다"며 "그런데 감독님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은 순간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제가 있고자 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멈춰선 채 응시하게 만들더라"면서 "그러다 보니까 나를 돌아보게 되고, 내 주위에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잠시 이 순간을 멈추고 생각을 깊게 할 수 있었다"며 "생각의 어떤 변화랄까,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보니까 비워지고 그간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다름이 생기고, 삶에 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감독님과 함께 하면 그런 것을 얻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창작자'인 창석의 고민에도 공감했다.

연우진은 "배우도 근본적으로 (캐릭터를) 창조해나가기 위해 스트레스 받고 고민하는데 창석이라는 인물도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었을 것 같다. (창석이 사람들을 만난 과정이) 그마저도 위로받고 싶던 꿈이었든 간에, 위로를 받고자 하는 심리 상태가 있지 않았나 한다"며 "창작자로 살다 보면 저도 저만의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나만의 어려움이 있지만 저도 고민을 혼자 한다. 제 스스로의 시간으로 감내하는 편인데 나도 모르게 위로 받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부분들이 창작자로서 느끼는 공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정답이라 연기하지만 끝나고 나서는 반성과 후회의 시간이 뒤따른다"며 "결국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데, 저 역시도 정답 없는 고민을 위해 계속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데뷔 후 현재까지의 활동도 돌아봤다. 연우진은 "배우로서 뭔가를 더 해보려고 노력했던 시기도 있었다"며 "작품이 끝나고 나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았는지도 의문이기도 하다"면서 "그래서 책임감이 중요한 것 같다.

어떤 작품을 해도 책임감이 없으면 안 되더라. 연기를 10년 넘게 하면서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그래도 책임감 있게 고민해온 것 같다. 장르나 캐릭터 욕심도 있지만 책임감을 갖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러다 보면 기회가 따라오지 않을까 한다. 배우로서 의도적으로 뭔가 하기 보다 책임감을 갖고 가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연우진 /사진제공=앳나인필름
연우진 /사진제공=앳나인필름

연우진은 연기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도 고민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 일을 '왜 원했지?' 고민하곤 한다. 그때 마음을 말로 형언할 수 없지만 신인 때는 '해야지' 하는 막연한 욕심 때문에 하게 됐다"며 "그런데 이제는 막연하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하고 달려왔는데도 어느 순간 그 목적과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더라.

연기를 왜 하고 무엇을 위해 해야 할까 고민한다"며 "그런데 그 답을 명확하게 찾지 못하고 가면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보니까 잠깐 멈춰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멈추는 게 당연히 필요한 시간이라 생각도 했다"며 "앞만 보고 왔던 시간에서 사실 욕심이 더 앞선 적도 있었다.

그리고 막연한 연기자로서의 꿈을 이뤄냈다는 기쁨과 나름의 만족감에 도취돼서 정처없이 달려오기도 했다"며 "그러다 보니까 시간의 빠름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런 점에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아무도 없는 곳'은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연우진은 "'아무도 없는 곳'은 삶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는 영화더라"며 "뭔가 내 삶을 매만져 주는 영화가 된 것 같다. 지금 제가 느끼는, 갖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 물음을 던져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그는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한 '아이리쉬맨'을 재밌게 봤다"며 "당연히 모든 것을 초월한 연기였고 감히 어떻게 얘기를 할 수가 없었던 연기였다"면서 "그걸 보면서 '내 연기에도 내 삶이 잘 묻어나있었으면 좋겠다' '살아온 시절이 보이는 연기를 하고 싶다' '삶이 전해질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알파치노 등 그분들의 연기엔 지나온 시간들이 응축돼서 잘 담긴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라기 보다는 '내 삶의 흔적이 잘 담겨있으면' 한다. 저 역시도 그렇게 준비하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조제'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폴라이드 작동법' 넷플릭스 '페르소나-밤을 걷다' 등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 등이 출연한다. 오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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