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태감독: 역사는 박물관에만 모셔 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화기애애 한 스틸

천하고 평범한 그의 모든 것을 바꾼 625일의 감동 실화 <대장 김창수>가 10월 19일 개봉을 확정했다.[제공: ㈜키위컴퍼니Ⅰ배급: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Ⅰ 공동배급: ㈜키위컴퍼니Ⅰ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무비스퀘어, ㈜원탁Ⅰ감독: 이원태Ⅰ출연: 조진웅, 송승헌, 정만식, 정진영, 신정근, 유승목, 정규수, 이서원, 곽동연]

<대장 김창수>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다. 매 작품마다 변신을 거듭해온 조진웅의 강렬한 눈빛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조선 사람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는 김창수라는 인물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한편 그가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에 호기심을 끈다. 청년 ‘김창수’가 명성황후 시해범을 살해한 사건 재판장에서 사형을 선고 받지만 “나는 그 날 짐승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다”라고 소리치며 들끓는 분노를 보여준다.

인천 감옥소에 수감된 그는 희망 없는 나라 대신 일본과 손잡고 감옥을 지옥으로 만든 소장 ‘강형식’을 만나 또 다른 고난을 마주한다.

감옥소에서 갖은 억압과 핍박을 받은 ‘김창수’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점점 변해 간다. 외골수에 고집 세고 혈기만 넘쳤던 그가 감옥에서 다른 죄수들을 만나 어떻게 더욱 단단해질지, 그의 변화가 어떤 감동을 전달할지 기대감이 커지는 대목이다.

또한 사형수가 된 상황에도 굳건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청년 ‘김창수’로 변모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조진웅의 진심 어린 연기는 또 다시 관객들의 마음을 강하게 뒤흔들 것이다.

세상이 곧 지옥이던 혼돈의 조선 말 1896년, 천하고 평범한 청년 ‘김창수’가 들려줄 감동 실화는 12세 이상 관람 가에 115분 상영으로 10월 19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기자간담회 녹취록>

일시: 2017년 9월 27일(수) 오후 2시

장소: 메가박스 동대문

Q.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들었다. ‘김창수’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이원태감독: 몇 년 전에 아이와 함께 상해 임시정부에 갔었다. 생각보다 너무 작고 초라해서 눈물이 나오더라. 그런데 아이는 너무 어리니까 제가 왜 우는지 모르더라. 그때 ‘기본적으로 아는 게 있어야 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구 선생님의 영화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보길 바랐다. 또 다른 이유는 역사 속의 위대한 분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느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지식뿐이다. 그들이 위인이 되어 빛나는 순간이 있기까지 겪어야 했던 암흑의 시간, 고통의 시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

Q. 이원태 감독님께 질문 드린다. 김구 선생님에 관한 영화인데 왜 ‘백범’이 아닌 ‘김창수’를 극의 타이틀로 결정했나?

이원태감독: 흔히 김구 선생님 하면 대한민국 임시 정부 주석 혹은 그가 겪었을 어려웠던 독립 투쟁 과정들 같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그분이 역사 속에서 빛나는 순간이 있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김구 선생님 관련 글을 읽고 많이 공부했다. 인간 김구를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계기가 치하포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의 문턱에서 마주했던 사실들이 우리가 아는 김구 선생님을 만든 첫 계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 김창수는 스무 살 남짓 되는 김구 선생님의 젊은 시절 이름이다. 그 는 젊은 시절 엄청난 일을 하고 죽음의 문턱에 섰다. 감옥이라는 절망의 끝에서, 죽음이 정해져 있는 사형수 신분에서 희망을 잃지 않았고 결국 민족의 지도자가 되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김구 선생님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보여줄 수 있는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또 다른 의미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Q. 조진웅 씨에게 질문 드린다. 대한민국 배우라면 한 번쯤 백범의 역할을 원했을 것 같다. 김구 선생님을 연기하기 위해 어느 정도 연구를 하고 임하였는지 궁금하다. 또 내면적으로 그 인물에 몰입했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 그 때의 심경은 어떠했나?

조진웅: 처음 시나리오를 제안 받았을 때는 김구 선생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워서 거절했다. 그런데 한참 지나서 시나리오를 읽으니 천하고 평범한 한 청년이 우리나라 구국의 초석이 된다는 이야기이더라. 나에게도 필요한 이야기였고, 누구에게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담을 덜기로 했다. 그러나 인물에 동일시되기까지는 정말 어려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분의 천만 분의 일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현장에, 그 빗물에, 그 땅에, 그 흙에 좀 더 젖어 들어가려고 했다. 그냥 부딪혔다. 사실 감당이 잘 안 되더라. 저는 마흔이 넘었다. 그 시절 김창수 나이의 곱절이다. 그런데도 감당이 안되더라. 제가 청년 김창수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을 텐데, 더 무서운 것도 많이 봤을 텐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 영화 속 상황을 마주하니 감당이 안 되어서 창피했다. ‘김구 선생님은 어떻게 견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로서는 그저 인물에 자연스럽게 젖어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Q. 조진웅 씨에게 질문 드린다. 영화 보는 내내 힘들었겠다. 촬영 중 부상이나 힘든 점은 없었는지?

조진웅: 역사 속 인물은 이제 못하겠다(웃음). 그들을 재현해내는 것도 힘든데 실제로 그 인물들은 얼마나 더 힘들었겠는가. 제가 연기하면서 겪은 힘든 점은 구국에 앞장선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감내해야 될 부분이라 생각했다.

Q. 송승헌 씨에게 질문 드린다. 악역 연기 잘 봤다. 처음에 강하게 인상을 쓴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첫 악역 연기에 도전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또 악역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하였지만 외적인 변화는 크지 않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송승헌: 강형식이란 인물을 선택하기까지 저로서는 고민이 많지 않았다. 기존에는 선하고 정의로운 역을 많이 해왔다. 배우로서 다양한 시도와 도전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찰나에 이 시나리오를 받았다. 감독님과 만나서 강형식이란 인물에 대해 논의를 많이 했는데, 기존에 봐왔던 평면적이고 단순히 악에 가까운 친일파로만 그리고 싶지 않았다. ‘실제 강형식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하는 고민이 많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률적으로 나쁜 모습만 보이기보다는 그에게도 조선인으로서 인간적인 갈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캐릭터는 <쉰들러 리스트>의 독일군 장교나 <레옹>의 게리 올드만을 참고했다. 김창수를 억압하면 할수록 김창수의 어려움이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냉정하고 혹독하게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다. 악역이라고 해서 잔인하게 보이기 위해 얼굴에 칼자국을 내는 등 분장을 하기보다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어떤 한 순간에 굉장히 차가워지고 냉정해 보이는 서늘함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Q. 송승헌 씨에게 질문 드린다. 강형식은 후반부 김창수에게 총을 겨누지만 결국 그를 쏘지 못한다. 그 이유가 있다면?

송승헌: 억압하고 괴롭힐수록 주저앉는 게 아니라 더 튀어 오르는 김창수를 보면서 강형식은 그가 미웠을 것이다. 그는 과연 죄책감이 없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자신의 신념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조선은 희망이 없기 때문에 일본에 붙어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김창수를 쏘지 못하는 그 모습이 강형식의 본심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조선인을 힘들게 하는 소장의 속마음이라고 생각했다.

Q. 조진웅 씨에게 질문 드린다. 김창수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셨다. 본인도 김구 선생님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하는지?

백범 김구

 

조진웅: 김구 선생님도 상당히 거구였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 체격에 맞는 배우가 국내에 별로 없었을 것이다(웃음). 그분과 제가 비슷하다기 보다 오히려 저는 배우로 살아가길 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캐릭터를 만나면서 그 성정을 배운다. 청년 김창수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이원태감독: 감독으로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두 배우가 무척 고생이 많았다. 몸이 고생한 건 그렇다 쳐도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상당히 많은 부담을 가졌다. 조진웅 씨는 촬영 시작할 때 그 장면에 몰입이 되어서 끝날 때까지 유지하더라. 슬픈 장면을 찍을 때에는 현장에서 우스갯소리를 많이 한다. 감정이 계속해서 올라오면 눈물이 나올 수도 있으니 농담을 던지면서 감정 조절을 하더라. 승헌 씨에게는 개인적으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창수를 지하 벌방에 가두어 놓고 만나러 오는 장면이다. 그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가며 연기를 하더라. 두 배우 모두 연기하기 쉽지 않은 역할을 선택한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선물이었다.

송승헌: 모든 배우가 만나서 첫 리딩을 할 때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했다. 그때 갑자기 진웅 씨가 뜬금없이 질문을 했다. 이 작품을 왜 하냐고 묻더라. 무슨 답을 원하는 건지 몰라 당황했다. 진웅 씨는 3년 전부터 작품의 무게감 때문에 이 작품을 고사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제서야 어떤 자세로 이 작품에 임하게 됐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는 조진웅 씨의 연기 몰입도와 진정성에 배우로서 반하게 되었다.

Q. 조진웅 씨에게 질문 드린다. 감옥소에 같이 수감된 죄수들 나이가 다양하다. 어떻게 호흡을 맞춰 나갔는지?

조진웅: 선배님들이 먼저 다가와 주셔서 저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친해질 땐 한 잔 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 그런데 매일 한 잔 하자고 말하기가 좀 그렇더라. 특히 전주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다들 촬영 후에 헤어지는 게 아니니까 종례 제도를 만들었다. 그 자리에서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왔다. 앞으로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작업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도 배우들의 의지가 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Q. 이원태 감독님께 질문 드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셨다면 어디까지가 실화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궁금하다.

이원태: 역사물을 콘텐츠로 만드는 모든 창작자들은 많은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박물관에만 모셔 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이 역사에 이바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김구 선생님은 평생 감옥 생활을 두 번 한다. 청년 김창수 때 한 번, 40대쯤 독립운동을 하다 두 번째 수감 생활을 한다. 두 번의 감옥 생활을 다룬 영화를 또 만들기는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두 번의 경험을 한 작품 안에 다 녹이고 싶었다. 김구 선생님이 두 번째 수감 생활을 할 때, 우리나라 백성들이 근대화 노역에 처참히 동원되었다. 그것을 <대장 김창수>에 녹여냈다. 철도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탈해 가는 가장 상징적인 것으로서 전쟁의 대륙화를 위해 길을 닦은 것이고, 전쟁 후에는 철도를 이용해 자원을 수탈했다. 그 철로의 노역 현장에 <대장 김창수>의 배우들을 놓고 싶었다. 시대성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몇몇 실존하지 않은 인물을 넣은 것은 영화적인 재구성이다. 그러나 치하포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가 죄수들의 소장을 대신 써주어 억울한 사람을 풀려나게 해주고, 글을 가르쳤던 것은 사실이다.

Q. 이원태 감독님께 질문 드린다. 남자만 나오는 영화에 박소담 씨가 독립신문 기자 역할을 맡았다. 감옥과 바깥을 엮어주는 고리이다. 그 고리 역할을 여성이 하게 된 이유는?

이원태: 시나리오를 다 쓰고 나서도 여배우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남자들만 생활하는 감옥이라는 설정 상 그럴 수밖에 없더라. 역사적 사실로 보면 감옥소 안에 성별 분별없이 다 섞여 있었지만 사실대로 찍을 수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여자 배우가 바깥과 감옥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면 영화적 재미가 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그 시대의 지식인이니까 기왕이면 신여성이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크게 부각이 되지 않더라도 시대에 공감하고 있는 신여성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마무리 인사]

송승헌: 바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하다. <대장 김창수>는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한 영화가 아니다. 모든 세대가 이 영화를 보시고 저런 아픈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큰 울림을 줄 것이라 생각하고 많은 분들이 봐주시길 바란다.

조진웅: 진득한 메뉴가 하나 나왔다. 이 메뉴가 무엇을 소재로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소재를 구수하게 잘 우려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진심 속에서 소통하고 싶다. 이 메뉴를 통해서 우리가 지금 두 다리 쭉 펴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모두들 힘내시고 영화 속에서 그 에너지를 더 얻기를 바란다.

이원태: 너무 큰 인물을 다룬 영화다 보니 질문과 대답이 진지해진다. 그러나 저희 영화는 김구 선생님의 독립 투쟁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한 젊은이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이야기이다. 조금은 밝게 봐주셔도 좋을 듯하다. 조진웅, 송승헌, 정만식, 정진영, 유승목, 신정근, 정규수, 이서원, 곽동연 배우뿐 아니라 수많은 조, 단역 배우들까지 추운 겨울 고생하면서 뜨겁게 만들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끝)

포스터=대장 김창수
스틸=대장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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