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마당시네마를지켜주세요

2020년 10월 27일 KT&G 상상마당시네마가 사라지고, 영화관 사업 및 KT&G 상상마당의 배급 대행을 운영해오던 영화사업부가 해체된다는 소식에 KT&G 상상마당 영화사업부와 배급 대행 계약을 맺은 감독 18인이 #상상마당시네마를지켜주세요 라는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에 동의하는 시민들의 연명을 받았습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2차, 3차로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KT&G 상상마당은 대행 운영사인 ㈜컴퍼니에스에스가 운영해오던 영화사업부 직원 1명만 남겨두고 나머지 직원들에게 사직을 권고했습니다. 2021년 2월 KT&G 상상마당은 상상마당시네마를 운영하고 배급작을 관리해오던 주체인 ㈜컴퍼니에스에스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2년 계약 형태로 새로운 운영사를 공모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상상마당 시네마 운영 제안 요청서'에 따르면 KT&G 상상마당은 현재 1차 서류 심사를 마치고 2차 PT 심사(21.04.21) 준비 중에 있습니다. KT&G 상상마당과 배급 대행 계약을 맺은 감독들은 계약 내용이 새로운 운영사로 이관된다는 것을 새 운영사 공모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계약 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이 없었음을 문제 제기하며 #상상마당시네마를지켜주세요 3차 성명서를 통해 제대로 된 소통을 요구하였으나, KT&G 문화공헌부는 공식 입장 표명은 하지 않은 채 담당자를 통해 “오해가 있었던 것 같으니 차 한 잔 마시자"며 비공식적 만남을 요구했습니다.

이어서 KT&G는 새로운 운영사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감독들과의 소통이 매끄럽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하는 서신을 전달하고 재차 간담회를 요청했습니다.

감독들은 3차 성명을 함께 낸 연대단위들과 함께 공식적 면담을 갖자고 요청했으나 KT&G 측은 법적인 계약당사자인 감독들하고만 만날 수 있다고 했고, 이에 감독들은 한발 양보하여 연대단위 없이 간담회를 진행하되,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여 녹화를 전제로 한 온라인 회의를 역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KT&G는 녹화를 거절하였고, 대신 서면으로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KT&G 상상마당으로부터 서면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서신을 전달 받기는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감독들이 세 차례의 성명서를 통해 요구한 핵심 내용은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기존 영화사업팀 인력 해고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이나 사과는 없었으며, 새로운 운영사 공모는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게 KT&G의 입장이었습니다. 이 또한 모든 계약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이 아니라 문제 제기를 한 감독에게만 전달되었습니다.

이에 계약 당사자들인 저희들은 더 이상 KT&G와의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합니다. 새로운 운영사가 배급 대행 계약을 이관하여 영화를 어떻게 전문적으로 배급하고 관리해나갈 것인지도 불투명합니다.

2년이라는 단기간의 운영 후에 새로운 운영사가 또 오는 구조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2년 후의 계약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명확하게 사업비가 책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 운영사가 영화관 사업과 배급 계약작의 배급 대행 관리를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희들의 소중한 작품을 더 이상 KT&G 상상마당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독립영화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며 함께 좋은 작품을 발굴하고 배급해왔던 영화사업팀 식구들을 일시에 해고하고, 이에 항의하는 배급작 감독들의 요구를 묵살하며 형식적 대화 제스처만 취하는 회사와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행 운영사인 ㈜컴퍼니에스에스를 통해 맺었던 KT&G 상상마당과의 배급 대행 계약을 공동으로 해지함을 밝힙니다. 각각의 작품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하지만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겉으로는 사회공헌을 말하지만 실상은 독립영화계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KT&G 상상마당의 행태를 규탄하고자 합니다.

KT&G 상상마당과 ㈜컴퍼니에스에스는 배급 대행 계약을 맺은 감독들과 진지하게 소통하지 않았으며 이는 언론 등에서 KT&G 상상마당이 발표했던 것과 전혀 반대되는 행동입니다.

“신의를 가지고 각 조항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전 과정에 상호 협조”하여야 한다는 배급 대행 계약의 내용을 KT&G 상상마당이 먼저 어긴 것이며, 대기업이 져야할 사회적 책임을 스스로 져버리는 행위입니다.

KT&G 상상마당 영화사업부를 통해 반짝이는 영화들을 선보였던 저희 감독들은 3차 성명서에서 발표했던 것처럼 KT&G가 독립·예술영화 등 비주류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에 보다 더 안정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 독단으로 사업을 운영하기보다 독립영화계의 염려와 충언을 새겨듣기를 바랍니다. 독립영화를 위한다면서 정작 독립영화인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회공헌 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새로운 운영사를 공모한다면, 2년이라는 단기간의 계약이 아닌 보다 장기간의 사업을 추진하고 안정적인 운영비 등의 예산을 마련함으로써 지속가능성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방식이기를 바랍니다.

전문적이고 지속가능한 운영사가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해야만 저희들의 영화도 그 구조 안에서 안정적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존 상상마당 시네마를 운영하고 배급 대행 업무를 해오면서 상상마당 시네마라는 브랜드 가치를 쌓아왔던 영화사업팀 직원들을 해고한 사태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3차례에 걸친 성명서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실질적인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은 KT&G 상상마당의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사회공헌에 힘쓸 것이라는 말 뿐인 약속 역시 비판합니다.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사회공헌사업을 하는 KT&G 상상마당이 기업의 올바른 사회공헌의 선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에 계약 당사자인 감독들은 KT&G 상상마당과 더 이상 파트너로서 함께 할 수 없음을, 배급 대행 계약을 해지할 것을 공표합니다.

2021년 4월 15일

KT&G 상상마당 영화사업부 배급 대행 계약작 감독 12인

<이태원> 감독 강유가람,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감독 김경묵, <피의 연대기> 감독 김보람, <문영> 감독 김소연, <조금만 더 가까이> 감독 김종관, <집의 시간들> 감독 라야, <마이 플레이스> 감독 박문칠, <러시안 소설> 감독 신연식, <보희와 녹양> 감독 안주영, <돼지의 왕> 감독 연상호, <반짝이는 박수 소리> 감독 이길보라, <할머니의 먼 집> 감독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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