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도롱 또똣'은 제주 사투리로 '기분 좋게 따뜻하다'라는 뜻이다. 이 말의 뜻이 더없이 완벽하게 어울리는 영화제가 지금 아름다운 제주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여민회에서 주최하는 제주여성영화제는 제주에 있는 기업과 많은 이들의 후원으로 벌써 22회를 맞이했다. 본 기자는 영화제가 열리는 CGV 제주에 살짝 다녀와 제주여성영화제 현장을 기웃기웃 둘러보고자 한다.

 

 

철저한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던 제주여성영화제
철저한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던 제주여성영화제
제주여성영화제 공식 포스터
제주여성영화제 공식 포스터

 

인스타그램으로 제주영화제 소식을 접한 후 호기심이 생겨 사전 연락을 하고 찾아간 제주여성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CGV 제주도로 다소 들뜬 마음을 안고 날아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너의 목소리, 곁에'라는 슬로건이 써있는 배너였다.

영화제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이들 모두가 가장 소외받고, 가장 차별받는 사회의 소수자들 곁에서 목소리를 듣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많은 영화제의 슬로건을 봐왔지만, 가장 따뜻하고 인간적인 슬로건이었다. 

 

 

개막작은 이미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변규리 감독의 <너에게 가는 길>이다. 성소수자 아들을 둔 두 엄마가 너무나도 생경하게 다가온 아들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다큐멘터리다.

제주여성영화제는 슬로건을 충실히 이행하는 영화다. 상세 내용은 하단에 첨부한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티켓 발매 방식은 아날로그적이다. 개막식 티켓은 팜플렛에 라벨 지로 뽑은 좌석표를 붙여서 주었다.

이튿 날 일반 초대 티켓 역시 좌석을 직접 고르면 그 좌석이 써있는 라벨지를 붙여주었다. 아날로그적이면서 굉장히 따뜻하다고 느꼈다. 왜 따뜻한 건지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손수 붙여주는 그 동작 자체가 정감이 느껴졌고 온화하다고 해야할까.

 

 

곧 개막식이 진행됐다!

윤홍경숙 집행위원장이 마이크를 받자마자 "여보세요?"라고 하는 바람에 객석에 참석한 모두가 일시에 '빵' 터졌다. 25석 남짓한 좌석이었으나 가족같이 느껴지는 개막 행사에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하고 연호하며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 어떤 영화제보다 개막식의 잔상이 뚜렷하게 새겨졌다.

 

윤홍경숙 제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윤홍경숙 제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개막식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일반관객의 모습. 철저한 거리두기와 방역 속에 이루어졌다.(출처=제주여성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일반관객의 모습. 철저한 거리두기와 방역 속에 이루어졌다.(출처=제주여성영화제)

 

개막작 <너에게 가는 길> 상영이 끝나고 변규리 감독이 40분 정도 GV를 가졌다.

변 감독은 작품을 만든 계기를 묻는 질문에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홍보 영상을 만들다가, 부모들이 카메라 앞에 나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의 아이들처럼 성소수자 부모라는 정체성을 커밍아웃 하는 느낌을 받았고 그들과 그들의 자식들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라고 밝혔다.

변 감독은 또 극 중 등장하는 성소수자들이 데이트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지 눈에 보여 많은 부분을 담고 싶었으나 분량 문제로 대부분 편집했다. "라며 촬영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변규리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갖고있다.
변규리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갖고있다.

 

제주여성영화제는 제주여민회가 주최하는 만큼, 다양한 성 평등과 성 인지 감수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 홍보하고 있다.

영화를 상영하고 나오면 바로 앞에서 제주여민회 고용평등상담실에서 본인이 겪은 불평등한 고용 사례나,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사연을 가감없이 마음 껏 풀어낼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있다.

영화도 보고, 답답한 마음도 속 시원히 풀어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솔직히 말하자면 제주여성영화제는 잘 알려진 영화제는 아니다.

자주 오갈 수 없는 지역의 특성도 그렇고, 여성영화제라는 점에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여성영화제는 여성만을 위한 축제는 아니다. 차별받는 모든 이들을 꼭 안아주는 친구 같은 영화제다.

적어도 내가 제주여성영화제에서 만난 작품들은 그 어떤 영화제보다 다양한 시각, 넓은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차별 받는다고 느끼거나, 나도 모르게 특정계층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면 제주여성영화제에서 훌훌 털어버리고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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