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FTM(여성에서 남성으로 성 전환한)

트렌스젠더 아들의 엄마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게이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여기 어느 부모들의 모임이 있다. 어떤 부모든 그런 자리에 가면 ‘안녕하세요, 누구 엄마/아빠입니다. ’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이 모임에선 전형적인 소갯말 사이 추가된 설명이 조금 낯설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자신을 트렌스젠더의 엄마, 동성애자 아들의 엄마라고 소개하는 이들은 ‘성소수자부모모임’이다. 제주여성영화제 개막작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 아이를 둔 부모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한 마디로 엄마와 자식이 모두 ‘커밍아웃’한 영화다. 아이는 성소수자로서, 엄마는 성소수자의 부모로서 말이다. 성소수자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자기혐오에서 벗어나 좀 나답게 살려는데 18가지의 서류를 준비해 법원에 제출해야만 한다.

사회는 지쳐가는 청년층에게 ‘너답게 살아라.’라고 외치지만 그 말은 성소수자들에게 해당이 되지 않는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축제 좀 하겠다는데, 한 가운데에 몰아세우고 도넛처럼 빙 둘러싼 건 응원이 아닌 혐오다.

그들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혐오한다. 영화에는 인천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성소수자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보수 기독교 단체와 대립하는 장면이 나온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동성애 반대’를 외치며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외친다. 그 장면은 어떤 천주교 사제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만약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왔다. 예수는 동성애자를 만났다.

그는 과연 동성애자를 반대하고 배척했을까? 아니! 오히려 그들의 손을 잡고 식사 자리에 초대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성소수자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담았다.

날 때부터 자기를 부정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게 되는 성소수자들과 그런 자식을 보며 하루하루 애가 타는 부모가 아니라면 함부로 그들에 대해 어떤 잣대를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영화적인 감상평은 사람마다 갈릴 수 있겠으나 그 누구도 이들의 용기에 시비를 걸 수는 없을 것이다.

어찌보면 세상의 가장 극렬한 혐오에 맞서 매일 매일 싸우고 있는 성소수자들과 그들을 믿고 지지하는 부모들에게 작지만 확실한 응원을 보낸다. 간절함이 만든 영화 <너에게 가는 길>, 11월 개봉 예정.(제주=홍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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