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받아야 할 마음을 원하고 기대했던 ‘이정’과 ‘수경’, 두 사람이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서로의 마음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섬세하게 포착한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가 11월 1일(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시사회를 개최했다.

국가 애도 기간에 진행된 이날 시사회 및 간담회는 김세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임지호, 양말복, 정보람 배우가 참석, 차분한 분위기 속에 간소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연출한 김세인 감독은 “해외 영화제를 통해 여러 반응을 먼저 들을 수 있어 감사했다. 개봉 이후 관객 분들은 어떻게 영화를 받아들이고,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많이 기대가 된다”라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수경 역을 맡은 배우 양말복은 직관적인 영화의 제목을 본 후 “속옷은 정말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공유한다면 모녀일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그런데 같은 속옷을 입는 모녀가 아니라 왜 두 여자라고 했을까 궁금했다”며 “시나리오를 읽은 후 모녀 관계에서 표면적으로 보여지지 않는, 밀접한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회상했다.

또한 이정 역의 배우 임지호, 소희 역의 배우 정보람 역시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고 극찬, 특히 정보람은 “자신의 삶,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는 모녀의 서사를 그린 점이 너무 재밌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수경을 ‘누군가의 딸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엄마이기도 하고, 혹은 누군가의 연인이기도 한. 그리고 또 가게를 운영하는 직업인’이라 표현한 양말복은 “그중 모성이라는 지점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바와 벗어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으로 태어날 때 엄마가 되기 위해서 태어나는 것도 아닌데, 여성이 나이가 들고 아이를 낳았을 때 기대되는 모성애가 있는 것 같다. 영화를 찍는 내내 저 또한 스스로 그런 점을 기대하지 않았는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캐릭터를 연기하며 고심한 지점을 전했다.

또한 임지호는 “제목은 두 여자이지만, 이정은 수경을 세상에서 제일 여자가 아닌 엄마로 바라보는 인물”이라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를 소개, “그렇기 때문에 당연하게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 했고,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사랑을 바라고. 이 무한 굴레를 거의 30년 가까이 겪어온 이정의 감정을 최대한 묵묵하게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정보람은 이정이 사랑을 바란 캐릭터 소희를 “시나리오에 나와 있지 않지만, 소희는 이정과 수경의 관계를 비슷하게 겪고 독립한 인물”이라 정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꿈꾸는 인생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정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영화 속 관계성에 대한 질문에 김세인 감독은 “이 작품이 모녀 서사이긴 하지만 사실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 말하며 이정과 소희, 수경과 종렬을 연결 짓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어 “다른 관계를 통해서 사람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는 것에 실패하기도 하고, 즐거운 순간을 겪기도 하면서 학습되고, 다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극 중 등장하는 소품인 ‘리코더’와 ‘수경의 연주’에 대한 남다른 의미와 비하인드를 공개, 영화의 숨은 관람 포인트를 제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세인 감독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이 원래부터 이상하고, 잘못되고, 괴팍하고, 소심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믿었던 것은 인물을 매력 있게 그려낸다면 관객 분들이 캐릭터에 마음을 주고, 이 사람들이 왜 이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외면을 바라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쓰고 찍었다”며 “영화 안에 나름의 유머와 아름다운 장면도 많다. 마음을 열고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로 끝인사를 전했다.

양말복은 “영화를 촬영하고 개봉까지 딱 3년의 세월이 걸렸다. 3년의 세월 동안 조금 더 수경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사람을 이해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다고 생각했던 걸 다시 한번 물어볼 수 있고,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임지호는 “이 작품은 모녀의 관계만을 다루지 않는다. 그 안에서 다른 관계들이 어떻게 파생되는지, 그 다양한 관계에 대해서 수많은 입장과 수많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봐주시는 관객 분들도 많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보람은 “영화를 본 후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생각을 알아갈 수 있게 되는 그런 후기가 많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해 관객들에게 시사점을 던지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11월 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