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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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범죄도시3’ 이준혁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이날 이준혁은 마동석과 함께 작업한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하며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흥행 프랜차이즈 영화 '범죄도시3'에 출연한 배우 이준혁이 머리와 몸을 모두 쓰는 전천후 빌런으로 활약한다. 미남배우의 이미지를 넘어 그는 거대한 체구에 권력까지 손에 쥔 악독한 캐릭터를 빚어냈다.

"전 종종 제가 최악의 연기자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날도 그런 날이었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바로 그날에 전화가 온 겁니다. 그 전화 한 통으로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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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배우 이준혁(39)이 영화 '범죄도시3' 새 빌런(villain·악당)이 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 연기력에 관한 우려는 아니었다.

이준혁이 그간 쌓아온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가 악역을 연기한 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찌됐든 이준혁은 그 출중한 외모에 부합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물론 '장첸'을 연기한 윤계상이나 '강해상'을 맡은 손석구 역시 멋진 얼굴을 갖고 있지만, 그들에겐 전작들에서 다져온 거친 분위기도 함께 있었다. 그건 분명 기존의 이준혁에겐 없던 것이었다.

어느날 마동석에게 전화가 왔다고 한다. 두 사람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인연을 맺었지만 통화를 하거나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다. 마동석은 이준혁에게 '범죄도시3' 빌런을 맡아달라고 했다.

배우로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때 마침 걸려온 그 이상한 전화에 이준석은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즉답했다. "네, 하겠습니다." 그땐 '범죄도시2'가 개봉도 하기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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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가 저에게 전화를 하다뇨.(웃음) 영화 같더라고요. 전 제가 '범죄도시' 시리즈에 출연할 거라는 상상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결정하는 건 쉽더라고요. 저를 왜  캐스팅 하려는 거냐고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이준혁은 '주성철'을 연기했다. 일본 야쿠자에게서 빼돌린 신종 마약을 유통하는 인물로, 이 시리즈의 악당들이 대개 그렇듯 피도 눈물도 없다. 눈에 띄는 건 이준혁의 외모. 그가 전에 보여준 멀끔함 같은 건 찾을 수 없다.

어둡고 거친 피부에 헝클어진 헤어스타일, 육중해진 체격이 있을 뿐이다. 만약 주성철을 연기한 게 이준혁이라는 사전 정보 없이 이 작품을 본다면 아마 관객은 이준혁이 이준혁일 거라고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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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은 주성철을 위해 평소 70㎏ 정도였던 몸무게를 92㎏까지 끌어올렸다.

3개월 간 20㎏ 넘게 증량했다. 무지막지하게 먹었고, 먹은 것만큼 운동하며 몸을 키웠다. 보이스 트레이닝을 받으며 커져버린 몸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으려고 했다.

마동석과 맞부딪히는 장면이 있는 만큼 액션 연기도 연습했다. 그는 "관객이 저 배우가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좀 빨리 질려해요.

전 좋아하는 영화가 정말 많은 편이거든요.

아마 빨리 질려하는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보는 제 모습도 그런 거죠. 반복되는 모습엔 제가 질려요.

변주가 필요했어요. 신선도를 높이고자 했달까요."

배우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에 영혼을 갈아넣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건 이준혁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제 모든 걸 다 걸고 연기했어요."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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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은 일단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두려웠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나서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웠고, 전작이 1000만 관객을 넘기는 걸 보면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때도 역시 이준혁은 마동석에게 전화를 받기 전처럼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불안감에 휩싸인 적도 있다고 했다.

"참 희한하게도 그런 부담이나 불안을 안고서도 불나방처럼 다시 달려들게 돼요.

분명히 고통받을 걸 알고, 실패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또 하고 있어요.

일단 시작했으니까 '나 어떡하지' 하면서도 제 에너지를 끌어모아서 가는 겁니다.(웃음)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이준혁은 "이런 내 모습을 보면 내가 연기하는 걸 좋아하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도시3'에 출연한 게 여전히 잘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좋아했던 영화에 출연하고, 극장에 걸린 대형 포스터에 마동석과 함께 자신의 얼굴이 걸려 있다는 게 생경하다고 했다. "아마 지금의 제가 20대인 저에게 가서 이런 일을 경험하게 될 거라고 말하면 20대의 전 못 믿을 거예요.(웃음)"

걱정이 많지만, 낙천적인 성격이라는 그는 '범죄도시3'가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도 '나 어떡하지'라는 식의 걱정을 또 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흥행 성적이 걱정이라는 얘기였다.

"직업인으로서 갖는 불안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배우라서 특별한 걱정을 한다는 게 아니고요, 모두가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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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주성철을 완전히 보냈다"는 배우 이준혁은 지나치게 겸손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건 영화 '범죄도시3'가 개봉하기 직전인 지난 5월 30일이었다.

이미 예매율 80%를 넘기며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상황이었지만 "저에 대한 관심보다는 '범죄도시3'에 대한 관심"이라고 공을 돌리는가 하면, 로맨스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자 "그런 건 잘생긴 분들이 하는 것"이라며 "저에게 오기 어려운 거 같다"고 손을 내저었다.

'범죄도시3'를 위해 살을 20kg이나 찌웠음에도 "시간이 부족했다"며 "준비할 기간이 더 있었다면 더 많이 커질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했을 정도. 이준혁은 '범죄도시3' 주성철로 분하기 위해 몸뿐 아니라 목소리 트레이닝까지 따로 받았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기획자, 제작자인 배우 마동석이 이준혁을 향해 "삶을 갈아 넣었다"고 극찬한 이유다. 그런데도 이준혁은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도 주성철이 '더 잘하지 그랬냐'고 잔소리를 할 거 같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풍채를 키우니 자연스럽게 걸음걸이나 자세도 바뀌게 됐다"며 "외면의 변화가 있고 난 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냐'고 물으며, 그 에너지를 받으려 했다"고 준비기를 전했다.

"주성철을 준비하며 성향도 조금 변한 거 같아요. 매일 많이 먹고, 운동하고 이러다 보니 영화도 거칠고 이런 것들이 끌리고, 음악도 그렇고요. 초반엔 제가 의도한 부분도 있지만 호르몬의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고요. 오늘로써 작품에 캐스팅됐을 때와 비슷한 몸무게가 됐는데, 그렇게 조금씩 주성철이 다 벗겨져 나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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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은 '범죄도시3'를 "주성철의 운수 좋은 날"이라고 소개했다. 신종 마약으로 300억원을 손에 넣기 직전, 마석도의 수사로 맞이하게 된다는 것. 사회적으로도 엘리트로 승승장구했던 주성철이 마약 조직과 결탁한 이유에 대해서도 "실패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이코패스 중에 경찰, 간호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책을 봤어요. 권력욕이 강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대부분 멍청해서 그런 자리까지 오르는 데 실패하지만, 주성철은 똑똑했기에 권력을 얻었고, 실패를 모르며 승승장구하다 보니 세상이 모두 자기 뜻대로 될 줄 알았던 거죠. 그래서 전 주성철의 다음이 궁금해요."

전작들이 흥행에 성공했고, 1편의 윤계상, 2편의 손석구에 이어 3편에 이준혁이 발탁된 만큼 이들을 잇는 빌런으로서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기대가 큰 만큼 부담을 느낄 법했지만, 이준혁은 그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했고, 자신의 역할에 몰입했다.

"1편은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정말 편하게 봤다"는 이준혁은 "2편은 저랑 작업한 (이상용) 감독님이 연출하셨고, (손)석구 형은 tvN '60일, 지정생존자'에 함께 출연하며 연락하고 있어서 촬영할 때부터 응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VIP 시사회에 참석한 손석구가 "재밌네"라고 했다고 성대모사를 해 웃음을 안겼다.

관객들에게는 덩치가 큰 이준혁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는 "원래는 대식가고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며 "'범죄도시3'라는 작품을 통해 제가 할 수 있는 메뉴를 하나 더 열어 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일 살이 찔까 봐 운동하고, 관리하고, 감량하는 게 '내 정체성을 숨기는 게 아닌가' 싶었다"면서 "앞으로 또 몸을 키울 수 있는 작품이 오면 자유를 얻지 않겠냐"면서 웃었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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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끝난 후 "사람이 먹으면 안 될 것들, 닭가슴살과 현미밥을 먹고 있다"는 이준혁은 "트뤼프 감자칩, 수제 햄버거, 이런 걸 먹을 때 너무 행복하다"며 최근엔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애청자라고 고백하는가 하면, 외딴섬에서 만찬과 함께 기이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영화 '더 메뉴'를 언급하며 "보다가 울 뻔했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개인적으로 임팩트가 있는 신이 많다면 좋겠죠. 그런데 그 이전에 관객이 재미를 느끼는 게 중요해요. ‘주성철 분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더 재밌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나중에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다르게 풀 기회가 있겠죠.(웃음)

저는 배우로 지낸 시간보다 관객으로 지낸 시간이 길어요. 그래서 영화가 재밌는 게 첫 번째예요. 요즘엔 악역, 선역보단 어떤 캐릭터를 했느냐에 집중되는 것 같아요. 주성철은 평생 만나볼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잖아요.”

이준혁은 올해로 16년 차 배우가 됐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자신이 출연한 작품은 잘 보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이준혁은 당분간 자신은 도망가있겠다며 ‘범죄도시3’를 극장에서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한편으로는 주상철 캐릭터와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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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혼자 극장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제가 출연한 걸 볼 때면 오히려 눈이 높아져요. 아직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작품도 없었고요.

그래도 운이 좋게도 역할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던 때 마침 나를 변주할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게 됐어요. 배우로서의 성취감, 대중의 사랑을 받으려면 더 열심히 달려야죠. 전 슈퍼스타도 아니라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하거든요. ”

일상의 행복을 전할 때도 유쾌한 성격과 솔직한 입담은 이어졌다.

이준혁은 "꽤 중요한 촬영이 오늘 있었는데, '아, 가야 하나'라는 생각하고 있을 찰나에 한 2주 후 정도로 스케줄이 밀렸을 때 너무 좋다"며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책도 보고, 사람들도 만나며 다른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지면서 다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거 아닌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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