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너와 나(The Dream Songs)
스틸 컷= 너와 나(The Dream Songs)

조현철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너와 나>는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연출과 섬세한 감정 묘사를 통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러 단편 영화를 통해 존재감 있는 연출력을 표현했던 것만큼 이번 영화 또한 기대가 됐다.

7년의 기획, 5년간의 시나리오에 걸쳐 나온 만큼 상세한 묘사와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은 영화였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에 상영되며 호평되었던 <너와 나>는 지난 10월 25일 개봉했다.

세미는 하은에 대한 꿈을 꾸고 그 꿈이 너무 생생해서 다리를 다쳐 병원에 누워 있는 하은에게 간다. 그래서 세미는 병원에 입원한 하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수학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스틸 컷= 너와 나(The Dream Songs)
스틸 컷= 너와 나(The Dream Songs)

하은은 몸도 성치 않았고 형편도 여의치 않지만 세미와 함께 가고 싶었던 터라 캠코더를 팔아서 수학여행 경비를 마련하기로 한다. 그렇게 중고 사이트에 판매하는 글을 올리지만 막상 하은이 원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함을 토로한다.

오늘이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다툼으로 인해 건네지 못해 속상하기만 하다. 그리고 마음을 체념하듯 목 놓아 <체념>을 부르다가 하은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곧장 달려 나간다. 감정의 변화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좋았다.

누군가는 너무 지나치다고 느꼈던 그 마음은 사랑이 맞았다. 보통이라는 단어는 이들에게만큼은 적용되지 않는 듯 애틋하고 지나치면서도 끊임없는 관계성을 만든다.

사랑을 담은 마음은 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알 수 없지만 세미는 내심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에 마냥 서운하다. 무엇보다 하은의 다이어리에서 발견한 훔바바 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스틸 컷= 너와 나(The Dream Songs)
스틸 컷= 너와 나(The Dream Songs)

나의 마음과 같지 않을 것 같은 하은의 마음을 알고 싶지만 물어볼 수 없는 불안감이 다툼으로 번진다. 다시 안 볼 것처럼 돌아서다가도 하은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뛰어 나가고 둘만의 비밀이 어떤 것보다도 소중했던 세미의 마음은 바로 사랑이었다.

세미는 이해하지 못했던 마음을 이해하고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하은에게 건네며 마음을 확인한다. 그들은 조금씩 너와 나의 경계를 지우며 나보다 더 강한 '너와 나'의 힘을 보여준다.

사랑이란 건 그렇게 상실을 온전히 지우지는 못해도 사랑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영화는 재난에 의한 고통을 재현하지 않고도 상실을 잘 표현해 낸다. 사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세미와 하은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담담하게 전한다.

스틸 컷= 너와 나(The Dream Songs)
스틸 컷= 너와 나(The Dream Songs)

영화는 사랑을 통해 상실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위로를 건넨다. 나라는 개체와 타인의 경계, 나와 세상 사이의 경계, 객관적 실체에 대한 경계와 같은 것들이 희미해지길 바랐던 조현철 감독의 의도대로 흘러간다.

자칫하면 지나친 감정 호소에 매몰될 수 있는 소재임에도 의연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기억을 더듬어간다. 그럼에도 섬세한 감정 묘사와 상실에 대한 표현은 촘촘하게 이어진다.

경계를 나눌 수 없는 죽음과 너와 나라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꿈과 현실이 뒤섞인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특히 영화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와 적절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이 잘 맞물려 연출이 더욱 돋보이게 한다.

조현철 감독만의 색이 또렷하게 느껴졌던 <너와 나>는 독특했고 다음이 더욱 기대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영화 속의 인물들의 애틋한 사랑의 풋풋함을 잘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상영시간 118분. 10월 25일 개봉.

포스터= 너와 나(The Dream Songs)
포스터= 너와 나(The Dream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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