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칸영화제의 선택. 각본상 수상작

 

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가

서울대 철학과 김기현 교수의 신작 <인간다움>은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요소로 공감, 이성, 자유를 꼽았고, 이것이 인간의 존엄한 삶을 지탱해주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인간’은 알겠는데, 인간‘다움’은 모호하다. 게다가 공감, 이성, 자유라는 개념은 너무 크고 거창하고 추상적이다. 

이미지= 서울대학교 철학과 김기현 교수 신작 '인간다움'
이미지= 서울대학교 철학과 김기현 교수 신작 '인간다움'

 

지난 11월 29일 개봉한 영화 <괴물> 역시 같은 질문을 한다. 

‘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가’ 는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의 포스터 문구다.

포스터= 괴물(怪物)
포스터= 괴물(怪物)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질문을 가진 두 사람, 각자의 분야에서 반열에 오른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숙고로 독자와 관객에게 같은 질문을 하는 지금. 이유가 뭔지 고민이 깊어진다.

약 3년 동안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은 팬데믹을 겪었고, 그 결과가 상흔으로 몸과 마음에 깊게 새겨졌다. 지금 당장은 사소한 습관이나 작은 변화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작지 않은 변화들을 만들어냈다.

국제적으로는 신냉전체제를 만들어냈고, 각국의 수장들은 자국민 이익과 보호를 위해 명분보다는 실리로 다양한 정책의 방향을 바꾸었다. 평범한 우리의 삶 역시 비대면이 일상화됐고, 모임이나 만남의 횟수 자체가 줄었다. 그와 함께 우리의 마음과 태도도 달라졌다.

'곳간에서 인심나던' 시절에는 예의와 배려, 혹은 체면으로라도 지켜졌던 에티튜드가 결핍과 함께 실리로 바뀌기 시작했고 그것의 결과는 구분과 배제로 이어졌다.

다름을 인정하고 공정을 위해 노력하던 PC정책(정치적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역시 비웃음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우리에게 던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질문은 더욱 의미가 깊다.

스틸 컷= 괴물(怪物)
스틸 컷= 괴물(怪物)

영화 <괴물> 속에서 두 아이의 목소리가 겹치면서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괴물은 누구게?”라는 말과, 포스터에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작품의 방향과 분위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감독의 전작 중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가족>은 가족의 확장에 기여했고, 전통적인 사고에 경종을 울렸다.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와 전달력으로 ‘괴물’처럼 보이는 대상들을 늘어놓고, 결국 스스로가 괴물이 아닐까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번 작품은, 깨달음을 넘어 진한 슬픔과 반성을 불러일으킨다.

현실세계보다는 판타지물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사고에서 송곳같은 날카로움과 재치넘치는 대사들로 호평을 받았던 <꽃다발같은사랑을했다>의 #사카모토유지의 각본으로 만들어진 <괴물>은 드라마이면서도 스릴러물의 요소인 긴장감까지 접목돼서 보는 내내 긴장을 놓지 못한다.

스틸 컷= 괴물(怪物)
스틸 컷= 괴물(怪物)
스틸 컷= 괴물(怪物)
스틸 컷= 괴물(怪物)

<괴물>이 전하는 메시지는 

1. 같은 상황을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놓으며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모르고 사는지를 불편하지만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2. 러닝타임이 흘러갈수록 당신에게 괴물로 보인 인물들이 정말 괴물이었는지를 묻는다. 순진무구한 가해자들은 언급조차 안되는 현실을 보여주면서 눈에 보이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인지 되묻게 한다. 

3.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이에게 우리가 붙인 이름이, ‘괴물’이어도 되는지를 묻는다.

다시 김기현 교수의 인간다움을 생각해보자. 

‘공감’ ‘이성’ ‘자유’ 

스틸 컷= 괴물(怪物)
스틸 컷= 괴물(怪物)

어느날 눈길이 가는 친구에게 공감하고, 어리지만 옳다고 믿는 이성적인 선택으로 행동했고, 함께 하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친구와 놀고 싶다는 자유를 박탈하고 강요하는 이들이 행하는 폭력. 자신들의 폭력이 폭력인 줄 모르는 만행은 언제쯤 끝이 날 수 있을지를 조용히 묻는 이 작품은 

"엔딩이 아름다운 만큼 슬프고 아프다."

#사카모토류이치 음악과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연출로 탄생한 <괴물>은 올겨울 퍽퍽해진 우리의 마음과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고 ‘인간다움’을 일깨워줄 보석같은 작품이다.

스틸 컷= 괴물(怪物)
스틸 컷= 괴물(怪物)

 

저작권자 © 무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