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행복의 나라로’
스틸 컷= ‘행복의 나라로’

500억 갖고 짧고 굵게 살기 vs 그냥 살기

요즘 인터넷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명 ‘고르기’ 글이다. 재미있게도 사람들의 반응은 각 각 갈린다. 그런데 여기, 전자를 선택한 듯한 두 남자가 있다. 탈옥수 203(최민식 분)과 병원 직원 남식(박해일 분)이다.

한 명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탈옥수고 한 명은 돈이 없어 약을 훔쳤다. 무서울 것 없는 두 남자는 얼떨결에 돈벼락까지 맞아 더 무서울 게 없어졌다. 그렇게 둘은 쫓기는 신세가 되지만 누구보다 자유롭게 길을 누빈다.

누구나 일상에서 탈출해 잠시라도 자유를 꿈꾸기 마련이다. 배우 최민식이 연기한 탈옥수 203은 마치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일상이라는 감옥 안에서 탈출하고 싶고, 또 자신을 둘러싼 두려움에서 탈출하고 싶은 우리 모습이 203에게서 드러난다.

아마 203처럼 시한부 판정까지 받았다면 정말로 탈옥까지 결심 했을지도 모른다. 203은 오랜만에 맛 본 자유 안에서 천천히 죽음을 향해 걸어나가지만, 그 걷는 과정이 결코 쓸쓸하거나 불행하지만은 않다. 곁에 ‘남식’이 있기 때문이다.

남식은 평범한 젊은 남자다. 그러나 남식 역시 병원에서 일하는 일상이 지긋지긋하긴 마찬가지다. 가족들도 영 도움이 되질 않고, 비싼 약을 먹어야 살 수 있는 병까지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아 마음과 몸의 병이 늘어가는 요즘 청년들을 대변하는 듯한 캐릭터다.

남식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건 남식이 훔친 약이겠지만 인생을 살아가게 해주는 건 203과 함께 하는 길이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걸어가는 길. 그 끝이 비록 현실로 돌아가는 일이라도 남식은 203과 함께 끝까지 간다.

'행복의 나라로'는 탈출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듯 유쾌하게 흘러간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갑갑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일탈을 하게 해주기 위함은 아닐까? 모쪼록 부산을 찾는 많은 관객들이 코로나19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영화와 맘껏 놀다가길 바란다.

BIFF 특별포스터= ‘행복의 나라로’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BIFF 특별포스터= ‘행복의 나라로’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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