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태일이
스틸 컷= 태일이

<태일이>를 보았다. 평화시장 다락방 공장 안에는 언제나 먼지가 부유했다. 먼지는 그 작업장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였지만, 작은 꽃잎이나 눈송이처럼 그 자체로도 더 없이 아름다웠다.

그 먼지처럼 영화는 리얼리티와 서정성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맞춰갔다.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되는 1970년대 서울의 풍경들도 너무나 현실적이었지만, 그 시간의 끝자락을 지나온 내게는 아련한 향수의 풍경들로 다가왔다.

낡은 환풍기의 차가운 금속성,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현수막에 쓰던 먹물의 진뜩함도 마치 실사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했다.

그러나 인물의 재현에는 리얼리즘보다 정서적 감화력을 택한 것으로 보였다. 눈이 크고, 아름다운, 순정 만화적 인물 묘사는 이 리얼리즘 영화에 보편적 감화력을 더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영화는 이 거대한 사회과학적 사건을 쉽고 정서적인 스토리로 변환시키는데 성공하고 있었다. 거기에 이 영화가 지금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 21세기에 전태일이라는 인물은 산업화와 독재의 시대에 인권을 위해 싸운 좀 더 보편적 위인으로서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했다.

아름다움은 결코 리얼리즘을 해치지 않는다. 하루 16시간 씩 일하다가 잠깐의 휴식 시간에 평화 시장 옥상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이 두 청년의 모습처럼 말이다.

스틸 컷= 태일이
스틸 컷= 태일이
포스터= 태일이
포스터= 태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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