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태일이
스틸 컷= 태일이

종로 3가에는 '전태일 기념관'이 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외쳤던 전태일 열사, 단기간에 초고속 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눈부신 기록 뒤에는 무궁한 경제 발전을 명목으로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해온 부끄러운 역사가 쌍생아처럼 붙어있다.

그런 부당한 현실을 바꾸고자 했던 노동 운동가 전태일은 평화시장 피복 공장의 재단사로 일하며 어린 소녀들이 고도 성장의 도구로 착취당하는 현실에 아파했고 나아가 모임을 조직해 '행동'한 인물이다.

1970년 11월 3일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노동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품에 안고 있던 근로기준법 법전과 함께 분신항거 했던 청년 태일이의 나이는 당시 고작 스물 둘이었고, 우리나라 노동의 역사는 전태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들 태일이의 유언에 따라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역시 죽는 날까지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우리는 왜 영화를 보고 영화를 만드는 걸까? 물론 그 이유를 한가지로만 수렴할 수는 없다. 나는 영화가 존재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1995년 박광수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후 청년 전태일의 삶을 담은 애니메이션이 공개 되었다. 이 영화는 '마당을 나온 암닭'이라는 걸출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대한민국 애니의 새 가능성을 보여준 '명필름'이 만들었다는 사실 외에도 제작 단계부터 시민들의 참여로 제작비를 모금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기술적인 면으로 보자면 캐릭터의 작화가 조금 아쉬웠으나 1970년 전후 대한민국 모습을 재현하는데 있어 섬세한 고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목소리 작업에 참여한 장동윤(전태일 역), 엄혜란(태일이 어머니 역)의 톤과 딕션이 영화가 주는 감동을 더 짙게 해주었다.

전태일 열사가 노동 환경이 조금도 평화롭지 않은 평화시장 앞에서 불꽃으로 사라진지 올해로 51주기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OECD국가 중 가장 강도 높고 긴 시간 노동을 하는 나라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가 청년 전태일을 잊지 말아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태일이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그 아이들의 손을 잡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려 영화관에 갔으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청년 태일이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어쩌면 가장 쉽고 오래할 수 있는 기억 방법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속도는 느릴지라도 누구도 역사를 기억하려는 행동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포스터= 태일이
포스터= 태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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