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주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귀공자’(감독 박훈정) 관련 인터뷰를 진행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태주는 극중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복싱 선수 마르코 역을 맡아 스크린 데뷔를 알렸다.

지난 21일 개봉된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다.

강태주는 “매일 반응을 찾아본다. ‘귀공자’ 후기, ‘귀공자’ 강태주 다 찾아본다”면서 “무대인사도 처음으로 해봤는데 가까이서 느끼니까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현장에서 제가 정한 두 가지 목표가 있었어요. 현장에서 힘들어도 울지 않기,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해내야만 했거든요. 연기를 못해서 감독에게 혼나도 울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또 하나는 ‘다치지 말자’였고요. 저 혼자만 잘 하면 되는 현장이어서 몸관리 잘하고 현장에선 항상 씩씩하게 임하자는 마음뿐이었어요.” 강태주는 갓 데뷔한 설렘을 잔뜩 지니고 있었다.

큰 눈망울을 굴리며 소년처럼 답하는 그는, 아직 때묻지 않아서였는지 인터뷰 매 시간 눈물을 떨궈 취재진 사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맑은 그에게서 ‘귀공자’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Q. 1890대 1 경쟁률을 뚫고 ‘귀공자’에 합류했는데. 개봉한 소감이.

A. 떨려요. 재밌게 잘 봤는지, 제가 연기한 ‘마르코’를 어떻게 봤는지 매일 반응들을 찾아보고 있고요. ‘신예인데 생각보다 더 잘해서 놀라웠다. 이름을 찾아봤다’는 글을 봤는데요.

저도 시청자로서 모르는 배우가 나왔을 때 그가 너무 잘하면 그 이름을 찾아보곤 하거든요. 그처럼 좋게 봐줘야 제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거라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어요.

 

Q. 인터뷰 때마다 눈물을 쏟았다는데, 왜 그렇게 울컥한 건지

A. 감개무량해서 그랬나봐요. 영화 찍을 때에도 ‘나만 잘하면 된다, 다른 선배들에게 폐 끼치치 않아야 한다’는 마음 뿐이었거든요. 선배들이 연기를 잘해도 제가 못 받으면 안되니까요.

날 믿고 뽑아준 박훈정 감독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 매 장면 최선을 다하고자 했어요. 그걸 떠올리다보니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Q. 29살 데뷔작을 내놓기엔 조금 늦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지

A. 원래 패션 분야 마케터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쪽에서 일하다가 관계자들이 저보고 피팅 모델을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섰는데, 날 표현한다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이 후 군생활을 하면서 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의 ‘끝’인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23살 때부터 공부했는데, 그땐 막연하게 도전했던 것 같아요. 배우란 직업이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았다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들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제게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김선호, 김강우와 함께 호흡할 때 더 많은 걸 배웠겠어요?

A. 김선호 선배는 절 항상 유쾌하게 이끌어줬어요. ‘잘하고 있어’라고 격려도 해줬고요. 그 선배를 보면서 감독과 의견 조율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이구나란 걸 배웠죠. 센스도 전 못 따라가겠다 싶을 정도예요.

유머러스하게 현장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니 스태프들, 배우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죠. 김강우 선배에겐 카리스마를 배웠어요.

상대를 압도하는 내공을 정말 닮고 싶고요. 장면을 만들어가기 위해 엄청 고민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섹시하고 멋있었어요. 두 선배의 그런 점을 꼭 닮고 싶네요.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Q. 가장 힘들었던 액션은?

복싱 장면이 다 기억에 남는다. 쉽지 않은 장면이라 부담감을 가지고 오랜 기간 연습했다. 마르코를 가장 처음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노출된 모습이라 몸 관리를 잘하려고 했고 멋있게 나와야 했기 때문에 그런 점이 부담스럽고 힘들었다. 

 

Q. 와이어 액션 촬영 때 김선호 배우가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강태주 배우의 두려움 없는 연기를 보고 용기를 얻어 진행했다고 한다. 정말 무섭지 않았나? 

두려워할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뛰어내리고 달리고 구르는 장면을 몸으로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차피 결국은 제가 해내야 하는 액션이었다. 뒤에 김선호 선배님도 계셨고 촬영 스태프가 다 모여있는데 지연되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무술팀, 무술 감독님과 리허설을 하면서 이게 얼마나 안전한 작업인지 보여주셨다. 그래서 믿고 뛰어내렸다. 마르코가 처한 상황도 뭔가 생각할 겨를 없이 뛰어내리는 거였기 때문에 그런 마음도 연기에 도움이 됐다.

 

Q. 김선호 배우와의 첫 대면 장면은 어땠나? 

저에게 다가왔을 때 이마의 선 핏줄 그리고 뭔가 선한 느낌이 아닌 포식자의 눈을 하고 저에게 말을 거시는데 소름 돋았다. 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여기서 이런 포인트를 주고 가셨구나, 이렇게 표현하셨구나 하고 직접 보고 느끼는 게 저한테 되게 귀중한 경험이었다.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Q. 만약 귀공자나 한 이사 역에 캐스팅됐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 것 같은지.

선배님들이 연기하신 캐릭터를 절반도 못 따라갈 것 같고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 만약 20대인 제가 귀공자와 한 의사 역할을 했다면 선배님들의 노련한 내공과 달리 뭔가 새로운 것으로 접근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한다.

제가 이렇게 사이코고 이렇게 나쁜 사람이고 하는 뭔가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을 것 같다. '귀공자'로 영화 데뷔와 동시에 주연으로 발탁된 강태주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최종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다보니 자존감도 떨어졌고, 무엇보다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주변 연기지망생 형들을 보니 서른 정도에도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으면 취직하거나 사업을 시작했다. 깊은 불안감 속 와인바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오던 27살 막바지의 강태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낮에는 오디션, 미팅을 하며 배우로서 준비하고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텨온 나날들이었다.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오디션 3년차에는 최종까지는 가더라고요. 그런데 번번히 최종에서 떨어졌어요. 나중에는 '나는 최종에서 계속 선택되지 않는 배우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에 전화가 왔어요. 저는 저를 위로해 주시고자 연락 주신 줄 알았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다가 '다음달부터 촬영 들어가면 될 거 같아'라고 하셔서 '무슨 촬영이요?'라고 했는데 '귀공자'가 됐다고 하셔서 소리를 지르면서 거실에서 춤 췄어요."

강태주는 이후 아르바이트를 바로 그만 두고 복싱 훈련 등 촬영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촬영 직전까지도 오디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촬영 직전까지도 오디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복서로서 복싱 실력을 다 보여드리고 심사를 받는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슛 들어갈 때까지는 모른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계속 긴장하면서 촬영했던 거 같다"고 했다.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강태주는 김강우, 김선호와 호흡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며 이들을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김강우에 대해서는 "김강우 선배님은 등장하시는 것만으로 집중이 됐던 거 같다"고 했고,

"김선호 선배님은 항상 현장에서 리더십과 재치를 발휘하시더라고요. 아이디어 내는 것,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방법 등 어떻게 하면 더 잘 소통할 수 있는지 그런 걸 많이 배웠다"고 했다.

강태주는 어떤 배우가 되고싶냐는 질문에 "연기 잘하고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싶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언어를 좋아해요. 영어랑 일본어로 연기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시장도 많이 넓어졌잖아요. 배두나 선배님처럼 해외 작품에서 영어로 연기하는 경험해보고 싶어요. 잘 할 수 있어요. 자신 있습니다!"

마르코 역의 강태주는 실제 코피노라고 여겨질 만큼 실제적이고 위화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영문도 모른 채 도망치는 서사를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그만의 잠재력으로 설득력을 높였다. 1980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된 저력을 스스로 입증했다. 21일 개봉.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귀공자' 마르코 역 강태주 배우. ⓒ스튜디오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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