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시청역 근처 문화공간에서 영화 <리바운드> 장면 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 괴물 특급 센터 '한준영'역을 맡은 신예 이대희 배우와의 소중한 만남을 가졌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는 순박한 미소와 자신의 얘기보다 스탭들과 동료배우들의 미담을 더 많이 얘기하는 모습에서 영화 속 준영이가 보였다. 관객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싶다는 그의 진실한 이야기가 가슴속 깊이 다가왔다.

사진= 이대희
사진= 이대희

 

- 원래 어떤 일을 했었나.

원래는 모델 활동을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리바운드> 캐스팅 이전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데, 놀라실 수도 있다. 2017년 (2018 S/S 시즌)에는 아시아 최초로 꼼데가르송 파리 패션위크에 런웨이 모델로 활약하기도 했다.

사진(본인제공)= 이대희
사진(본인제공)= 이대희

 

- 사진집을 출간했다고 들었는데.

제가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다. 평소에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전시도 자주 다닌다. 잠깐이지만 DJ를 한 경험도 있다. 한창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에 너무 큰 키 때문에 거절을 많이 받았다.

한 번은 런던에서 모델을 뽑는데, 역시나 키가 너무 크다고 거절을 하시더라. 그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말보다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어 핸드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아코디언 북 형식의 사진집을 출간했다.

 

- 실제로 농구를 좋아하는지?

너무 좋아한다. 농구와 관련된 거라면 뭐든 좋다. 농구를 워낙 좋아해서 학창시절부터 농구를 해왔고, 원래도 꿈이 농구선수였다.

길거리 농구대회도 참가한 적이 많다.

지금도 계속해서 부천의 길거리 농구팀 ‘언유주얼’에서 농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리바운드>를 통해서 친해진 정진운 배우의 권유로 신생 농구팀에서 같이 뛰고 있다.

실력이 진짜 뛰어나시더라.

 

- 캐스팅 확정 소식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는지.

지인을 통해 <리바운드> 캐스팅 소식을 접했다. 당시 연기자 프로필도 없었고, 어떻게 지원하는지도 몰라 우선은 가지고 있던 사진들을 다 모아 나름의 프로필을 만들어서 제작사에 직접 전했다.

지금도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감사하게도 오디션을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정말 최선을 다 했지만, 최종 오디션 때 만족할 만한 연기를 하지 못했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완전히 망쳤다고 생각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못 이뤘던 농구선수의 꿈을 <리바운드>에서 이뤄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오디션장을 나왔다. 이 배역이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가득한 발걸음으로 귀가했던 기억이 난다.

며칠 후에 인물 조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처음에 상당히 심각한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시길래‘아 역시 나는 떨어졌구나.’ 하고 마음을 다 잡고 있는데,

갑자기 조감독님께서 “대희씨, 못 다 이룬 농구선수의 꿈. 저희와 함께 이룹시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엉엉 울었다.

제가 원래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되게 여러 가지 감정이 겹치면서 눈물이 쏟아지더라. 지금 생각해보니 조감독님이 일부러 저를 놀리시려고 그러신 것 같다.

사진= 이대희
사진= 이대희

 

- 배역을 위한 노력

장항준 감독님께 ‘준영이는 착하고 순박한 친구’ 라는 얘기를 가장 먼저 들었다. 그래서 준영이의 심경에 집중하고 착한 캐릭터임을 전달할 수 있도록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이미지적으로는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일부러 자주 찾는 곳이 아닌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바짝 잘랐다. 감독님도 보자마자 좋아하시더라. 또 준영이는 체격이 큰 캐릭터여서 하루에 7끼씩 먹으며 벌크업을 했다.

모델 시절에는 아침 공복에 커피를 마시고 러닝을 하며 다이어트만 했었는데 완전 반대의 과정이라 힘들었다. 농구 관련해서는 실제 한준영 선수의 경기 영상들을 돌려보면서 한준영 선수 특유의 자유투 포즈라던지, 드리블 템포 등 디테일한 부분들을 따라하려 노력했다.

배역을 준비하면서 핸드폰 배경화면이나 메신저 프로필 사진도 한준영 선수의 사진으로 설정하며 한준영 선수에 깊이 동화되려 했던 것 같다.

 

- 극 중 코치였던 안재홍 배우와의 호흡은

안재홍 선배에게는 감사한 점이 너무나 많다.

제 SNS 계정에 안재홍 선배가 찍어준 사진이 있는데, 그게 본인 분량의 촬영이 아닐 때에도 현장에 나와 직접 핸드폰으로 연기하는 걸 찍어서 보여주기도 하고, 모니터링실에서 제가 하는 연기를 보면서 늘 응원해주셨다.

힘든 촬영을 할 때나 제가 힘들어 보이면 어느 순간 말없이 와서 툭 치고 가시는데 그게 진짜 힘이 많이 되었다. 항상 묵묵히 먼저 나서서 배우들을 케어 해주는 말 그대로 '강 코치님' 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 코치님이라고 불렀다.

 

- 첫 연기자 도전으로서 부담은 없었는지

많이 있었다.

처음엔 너무나 큰 작품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지만 아무래도 부담이 점점 커지더라. 혼자서 고민하다간 끝이 없을 것 같아 장항준 감독님께 조심스레 상담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그 날 바로 호텔 로비에서 보자고 하셨다.

만나서 그 동안의 고민과 생각들을 숨김없이 말씀드렸는데, 끝까지 진지하게 들어주시고 명확하고 디테일한 답변들을 해주셨다. 마지막엔 “우리 같이 이겨내자.” 며 용기를 북돋아주셨다. 연기 외적으로는 현장 지식이 없었다.

특히 장소 이동할 때가 되면 촬영 현장 경험도 전무하고 매니지먼트도 없는 신인인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처한 적이 많았다. 그

럴 때면 연출팀이나 제작팀 스탭 분들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또 이끌어주셨다. 그 분들 뿐만 아니라 현장의 모든 스탭분들이 워낙에 친절하시고 잘해주셔서 너무 좋은 분위기 속에 제가 용기를 갖고 부담을 이겨낼 수 있었다.

사진= 이대희
사진= 이대희

 

- 배우로서의 목표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성격이라 내가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그걸 해결해보려 밤낮없이 매달린다. 광고 모델 촬영 때였는데, 감독님이 연기에 관해서 수정을 많이 주셨다.

그 때부터 더 잘하고 싶어지더라. 디렉팅 안에서 좀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럴수록 더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해졌고, 연기 책을 빌려 하루 종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나는 날 좀 더 재밌는 사람으로 만들어나가는 걸 좋아한다. 배우가 되기 이전의 다양한 경험들과 <리바운드>에서의 경험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있을 시간들이 날 더 재밌는 배우로 만들어 줄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최대한 다양한 곳에서 나를 보여드리고 싶다.

독립영화, 단편영화도 많이 출연하고 싶다. 제가 영화 <콩나물>, <남매의 여름밤>을 좋아하는데, 우리 어렸을 때 살던 동네 모습이 떠올라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더라.

그렇게 물 흐르듯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싶다. 배우로서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아가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는, 그렇게 오래오래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실수해도 괜찮다. 다시 하면 된다.” 라는 메시지. 관객 분들과 같이 소통하고 싶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나 또한 영화를 위해 청춘을 불태웠고, 내가 <리바운드>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나에겐 그 모든 순간이 ‘리바운드’였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시면서 저와 같은 느낌을 받고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전국으로 무대 인사를 다니며 최대한 많은 관객 분들을 만나 뵙고 인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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