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바운드>에서 수업 시간 선생님 몰래 핸드폰으로 친구들의 경기 중계를 보던 빡빡머리를 기억하는가.

마치 학창시절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학교수업도 빠지고 경기 직관을 가는 귀여운 친구. 졸업 앨범을 펼쳐보면 한 명쯤 있을 법한 친숙한 그를 보며 문득 오래전 친구에게 연락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리바운드>에서 친근한 이미지로 웃음을 선사했던 조연배우. 인터뷰 직전까지 연극 연습을 하고 달려왔다는 누구보다 연기에 진심인 빡빡머리 역의 홍성표 배우를 만났다.

사진= 홍성표
사진= 홍성표

 

- 원래 어떤 일을 했었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다리’ 라는 극단에서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그 시절 감사했던 유홍영 은사님을 만나 4~5년 정도 배우로서 연극 무대에 섰다.

최근엔 유튜브 ‘치즈 필름’의 웹드라마 <여동사친>에도 출연했고, 지금은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 이라는 아동극에서 ‘몬스터’ 역을 맡아 준비 중이다.

 

- 캐스팅 확정 소식 들었을 때 기분은

처음 영화 커뮤니티에서 캐스팅 소식을 보고 지원했다. 그 후 감사하게도 제작사에서 쪽대본을 받아 연기 영상과 농구 드리블 영상을 보내달라고 하셨다.

“농구 드리블 영상이라니 내 몸이 농구공인데 이를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 후에 지하철 안에서 배역이 확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갑작스러웠기도 하고 처음엔 ‘뭐지?’ 싶었다. 예상치 못해서 그냥 실감이 안 났다.

굉장히 멍한 상태였는데 지하철 차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웃고 있더라. 그걸 보고 깨달았다. ‘아, 나는 지금 행복하구나.’하고,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첫 감독님 면담 때다. 절 보시고는 환하게 웃으시며 ‘반갑다. 열심히 해보자.’라며 맞아주셨다.

 

- 배우의 고민과 땀방울

20년도 즈음 코로나와 나이 30대가 동시에 오면서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몸 담고 있던 극단도 제게는 배우로서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무대였지만, 코로나로 인해 찾아오는 관객들이 점점 줄어들다보니 걱정이 많았다.

그렇게 연극이 아닌 다른 매체에 도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두 편의 웹드라마에 캐스팅이 되었다. 그런데 초심자의 운이었나 보다. 웹드라마 이후 다른 오디션에 지원을 해도 아무도 절 찾지 않더라. 돌아갈 곳도 없었다.

약 7개월 간 암흑기가 찾아왔다. 치킨집 알바도 하고 모델하우스에서 신발정리도 하면서 지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제 길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연기를 하는 것이 맞는 걸까. 내가 문제인 걸까.

그러다 지인이 프로필이 이상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바로 프로필 촬영을 다시 하면서 그 때 머리를 밀었다. 스스로 변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이후에 정말 감사하게도 <리바운드>에 캐스팅이 되었다.

제 실력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우울함에 빠져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나보다 생각이 들더라. <리바운드> 덕에 다시 시작할 용기와 기회를 얻었다. 너무 감사하다.

사진= 홍성표
사진= 홍성표

 

- 원래 캐릭터의 이름이 장원석이다

맞다. 영화에선 언급되지 않지만 명찰을 자세히 보시면 알 수 있다. 제가 처음 배역을 받았을 때부터 캐릭터 이름은 원석이가 아닌 빡빡머리더라. 원래부터 캐릭터 이름이 빡빡머리였는지 제가 빡빡머리로 찾아뵈어서 수정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다른 배역들과는 다르게 참고할 실존 인물이 없다보니 다른 영화의 감초 캐릭터를 많이 참고했다. 감초 캐릭터라고 해서 과장된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소리의 높낮이나, 행동에 자제를 주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졸업앨범을 많이 봤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모두가 빡빡머리였는데, 빡빡머리도 다 스타일이 다르다. 몇mm의 빡빡머리가 더 웃기고 귀여운지 연구를 좀 했다.

 

- 배우의 목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아이들이 너무 좋고 아이들이 웃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 저까지 그 순수함에 물들어 하얗게 되는 느낌이다. 아동극도 그래서 준비 중이고 어서 아이들과 만나고 싶다.

 

- 연기자를 꿈꾸게 한 계기가 재밌다

어렸을 때 영화 <해리 포터>를 보고 푹 빠졌다. 영화를 보고나서 어머니께 마법사는 어떻게 되는 건지 여쭤봤었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고 마법으로 악당을 물리치고 어쩐지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어머니께서는 저건 실제로 할 수 없다 하셔서, 영화 속 사람들은 그럼 어떻게 마법을 쓰는지 다시 여쭤봤더니 그 사람들은 배우들이라 가능한 거라고 알려주셨다. 그 때부터 배우가 되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지금의 마음가짐과는 다르긴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저는 언제나 판타지를 꿈꾸고 쫓고 있다. 그래서 영화가 너무 좋고, 계속 나만의 판타지를 이뤄나가고 싶다. 이건 먼 이야기지만 연출가로서의 꿈도 있다. 제가 생각하는 판타지를 직접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사진= 홍성표
사진= 홍성표

 

- 부산 사투리에 도전했는데

제가 서울 토박이라서 어색하게 보일까봐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실제 부산 출신인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부탁했다.

같은 문장을 어색해 보이지 않으려고 높낮이도 조금씩 다르게 녹음해서 보냈다.

그렇게 수십 번의 피드백이 오고 간 후에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다. 그러다보니 나중엔 지인들이 힘들어하더라. 그분들 덕에 빡빡머리가 완성될 수 있었다. 많이 감사하다.

 

- 다른 배역도 맡아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재윤역을 해보고 싶었다. 농구를 잘 못하지만 누구보다 농구를 좋아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끌렸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리바운드’란 또 다른 시작이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는데,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크린 데뷔에 성공했다.

요즘 제 또래들이 많이 힘들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특히 그분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기회가 다시 올거니까.

사람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온다. 각자의 타이밍이 다를 뿐. 지금 힘드신 분들은 농구공이 림에 튕겨져 나온 상황이다. 다시 잡아서 골을 넣으시길 바란다.

사진= 홍성표
사진= 홍성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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