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다음)= 러브어페어
사진출처(다음)= 러브어페어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사랑은 진부의 영역에 속해왔다. 참신한 사랑이라는 말이 사랑에선 형용모순이 된다. 진부할수록 짙은 생명력을 갖는 것, 그건 어쩌면 사랑만이 유일하다.

비행기 고장으로 불시착한 섬, 귀환을 위해 옮겨 타게 된 러시아 크루즈, 여객선 바에서 눈이 마주친 그 사람, 이렇게 뜻하지 않은 ‘사고’로 특수한 상황에 처하게 된 ‘마이크(워렌 비티)’와 ‘테리(아네트 베닝)’는 사랑이라는 ‘사건’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사실 둘에게는 이미 각자 결혼을 약속한 상대가 있다.

뉴욕으로 되돌아가기 전, 마이크의 제안으로 마이크의 고모가 사는 타히티 섬에 간 마이크과 테리는 그 곳에서 꿈결 같은 3일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서로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고 한 가지 약속을 하게 된다. 3개월 후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나자고. 만일 그 때까지 서로를 향한 마음이 변함없다면 함께 하자고.

시간은 어느덧 흘러 약속한 날이 다가오고 둘은 '사고'로 시작된 사랑이라는 '사건'을 '운명'이라 받아들이며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한다.

그러나 차도를 건너던 테리는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자정이 될 때까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테리를 기다리던 마이크는 영문도 모른 채 결국 실망과 분노로 그녀에게 선물하려 했던 그림을 호텔 직원에게 버리듯 주고 뒤돌아선다.

서로의 소식을 모른 채 각자의 일상을 영위하던 둘은 ‘레이 찰스’의 성탄절 음악회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지만 서로의 곁에는 이전 약혼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마이크는 테리를 향한 그리움과 실망, 궁금증으로 크리스마스 날 밤 테리의 집을 수소문해 불쑥 방문한다.

왜 그 날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냐는 질문대신 그 날 약속을 지키지 못 해 미안하다는 거짓말을 하는 마이크, 이에 테리 역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내내 기다렸는데 마이크가 나오지 않아 아주 화가 났었다는 거짓말을 한다. 그들은 어째서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걸까?

마음속에 의문만을 키운 채 테리의 집을 나서려던 마이크는 약속 당일 테리에게 주려 들고 갔던, 그녀가 나타나지 않아 호텔 직원에게 줘버린 그림이 그녀의 집에 걸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뒤이어 떠오른 호텔 직원의 말을 기억해낸 마이크, 휠체어를 탄 여자가 그 그림을 사고 싶어 해 주었다는 그 말을. 모든 사정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껴안는다.

그래, 진부한 로맨스란 이렇게 해피엔딩이어야만 완벽해지는 법이 아니던가! 사고처럼 시작되어 특별한 사건이 되었지만 예상하지 못 했던 사고로 제대로 된 이별도 없이 묻혀버릴 뻔 했던 둘의 사정은 마침내 사랑의 일(love affair)이 되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아름다운 두 배우의 진심 어린 열연과 장면마다 녹아들 듯 스며든 로맨틱한 음악, 근사한 타히티 섬의 풍광,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나의 행복이야(I like waching you)’와 같은 명대사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 두 주인공의 실제 러브 스토리 덕분이기도 하다. 헐리우드의 소문난 바람둥이였던 ‘워렌 비티’는 현실에서도 ‘아네트 베닝’과 사랑에 빠져 바람둥이로서의 삶에 종지부를 찍는다.

21살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둘은 결혼을 했으며 세 명의 자녀와 함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행복한 삶을 나누고 있다. 세기의 로맨스란 바로 이런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둘의 러브 스토리가 이 영화를 더 빛나게 해주는 것만 같다.

사진= 칵테일 '에그노그(eggnog)'
사진= 칵테일 '에그노그(eggnog)'

언젠가 외국 땅에서 홀로 보내던 겨울날 저녁, 나는 집 근처의 DVD 렌탈 숍에서 영화 ‘러브 어페어’를 빌려와 플레이 시키고 반쯤 졸고 있는 고양이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칵테일 에그노그를 훌짝인 적이 있다.

마침 창밖으로는 거짓말처럼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를 안타깝게 했던 마이크와 테리의 로맨스가 행복하게 맺어져 울었고, 그 만큼 외로워서 또 울었다.

달콤하고 고소한 에그노그가 그런 내 맘을 부드럽게 달래주었다. 레시피고 뭐고 제멋대로 만든 에그노그였지만 지금까지 마셔본 에그노그 중 가장 맛있었다.

에그노그(eggnog)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달걀이 들어간 달콤한 맛의 음료로, 주로 위스키나 브랜디, 럼 등의 알코올을 첨가해 마신다. 흰자를 거품 내 설탕을 넣었기 때문에 커스터드 크림과 비슷한 맛이 나서 알코올 없이 아이들에게 주기도 하며 커피에 섞어 에그노그 라떼를 만들어 마셔도 맛이 아주 좋다.

미국에서는 추수 감사절부터 연말 사이의 시즌, 특히 크리스마스에 즐겨 마시는 음료로, 마트에서 우유처럼 이미 만들어진 에그노그 기성품을 팔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고. 사실 만드는 방법이 그리 어렵지는 않기 때문에 집에서 만들어 보면 크리스마스 기분을 더 낼 수 있는 에그노그는 차게 마셔도 좋지만 따뜻하게 마셔도 좋다.

취향에 따라 너트메그(육두구)와 계피와 같은 향신료를 넣기도 하는데 그러면 집안 가득 독특하고 달달한 향이 피어올라 한층 연말 시즌에 걸 맞는 마실 거리가 되어주는 것이 에그노그라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마침 하늘에서는 영화 속 두 남녀가 해후한 밤처럼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따뜻한 에그노그를 만들어 영화 ‘러브어페어’를 플레이하기 맞춤한 토요일 밤이다.

포스터 출처(다음)= 러브어페어
포스터 출처(다음)= 러브어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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